[이런생각]내란 정국에 손 놓고 있는 초고령국가 대한민국
2024년 12월 기준으로 우리나라 65세 이상 주민등록 인구는 1024만4550명이다. 전체 인구 5122만1286명 대비 20%를 차지한다. 유엔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은 고령 사회, 20% 이상은 초고령 사회로 분류한다. 이미 예고된 수치였고 그에 따른 법제 정비를 마친 후 관련 사업을 추진해야 할 2025년도 여러 날이 지났지만 내란 정국에 정부와 국회는 손을 놓고 있다.
UN인구청 자료(2023년)에 따르면 초고령 사회 국가는 일본, 이탈리아, 핀란드,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스웨덴 등 22개 국가다. 초고령국가의 대명사 일본은 1995년부터 세계 최초로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감소했고 2005년에는 세계 최초로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영화 ‘플랜 75’는 이러한 현실을 충격적으로 묘사한다. 정부가 75세 이상 노인 대상으로 존엄사 신청을 받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다뤘다.
우리나라는 2017년에 14%를 돌파하면서 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초고령 사회 진입에 7년이 걸렸다. 앞선 영국(51년), 독일(39년), 미국(15년), 일본(10년)과 비교하면 가장 빨리 늙어가는 나라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는 노인 연령 상향, 정년 연장, 국민연금 개혁, 인구 절벽 문제에 대한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다.
국회에는 60세 법적 정년을 65세까지 연장한다는 법안이 다수 발의돼 있지만 비상계엄 이후 사회적 논의가 중단됐다. 대표적으로 국민의힘은 ‘단계적 정년 연장 법안’을,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여럿 발의했다. 쟁점은 ‘연공서열형 임금체계 개편 없는 정년 연장에 따른 기업 부담, 중장년 조기퇴직, 청년 일자리 감소 유발’이다.
은퇴 후 받아야 할 국민연금의 경우 보험료율과 수급연령 조정이 또 하나의 쟁점이다. 행정안전부가 부처와 소속 기관 근무 공무직 근로자 정년을 최대 만 65세로 연장하는 규정을 시행하면서 국민연금도 이에 연동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년을 연장해 보험료를 더 내고 수명이 연장되는 만큼 노령연금 수급연령을 미루자는 것이다. 정부가 정년 연장 시범 정책을 시작한 이상 민간기업도 이를 외면하기 어려워졌다.
이처럼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고 해법을 도출하고 정책을 집행해야 할 ‘인구전략기획부(부총리급)’ 신설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중단됐다. 정부조직법과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개정해야 가능하지만 탄핵 국면과 조기 대선 등 국정 안정 과정을 고려하면 언제 출범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일본을 포함해서 다른 초고령국가를 단숨에 따라잡게 될 ‘빨리빨리 국가’ 대한민국의 미래. 대통령의 이상 행동이 발목을 잡고 있다.
이승진 울산장애인자립생활협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