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어린이 미래 꿈을 접어버리게 둘 건가
어린이들은 웃음을 먹여 밝고 맑게 키워야 우리의 미래가 화창(和暢)하다. 그 이유는 명료하다. 일생 웃음을 머금고 살 수 있으며 가족, 친구, 직장, 사회생활에서 인간다움의 미를 발산하면서 훈훈한 사회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사랑 즉 개인적 부족함이 있어도 무재칠시(無財七施, 재물이 없어도 베풀 수 있는 일곱 가지 보시)의 사람다움으로 살아갈 수 있다.
사회적 효(孝)의 그 바탕이 절실히 요구되는 현실이다. 효행(孝行)은 가족과 사회 속 앞선 세대에게서 배워서 실천하는 것이지, 본래부터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어른들은 먼저 어린이들에게 양보하면서 사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살아야 하겠다.
울산 문화의 산실이었던 남구문화원은 오랫동안 도심 속 정원으로 정원수와 어린이들의 텃밭 ‘체험 학습장’(나만의 텃밭 가꾸기)을 상시 운영해 왔다. 연간 이용자 수만 약 1만명의 어린이들이 우리 전통문화를 체험하며 즐기는 공간이었다.
단오절 전통 민속놀이 윷놀이 상시 체험, 윷놀이 꾸러기 ‘서머 캠캉스’(가족과 함께하는 여름 도심 캠핑) 농부 체험은 물론 메주콩 삶기, 메주 만들기 등 전통음식 문화 체험과 투호, 널뛰기, 팽이치기 등 어린이들이 우리 전통문화를 체험하며 즐기는 문화공간이기도 하다.
그런데 꿈의 산실인 울산남구문화원 정원에 ‘시니어 초등학교’를 짓게 되면서 2025년 올해부터 어린이 관련 프로그램을 모두 접게 되었다고 한다. 어린이들의 꿈을 지워버리는 놀랍고 충격적인 날벼락이 아닐 수 없다. 누가 어떻게 이런 발상을 했을까?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울산남구문화원 바로 옆에는 한국방송(KBS) 울산방송국이 있고, 그 뒤에는 아름다운 정원, 그 동남쪽 네거리에는 울산문화예술회관이 자리 잡고 있다. 그야말로 울산의 전시, 유물, 공연, 문학예술 등의 전당으로서 문명과 문화 수준을 높여주는 곳이다. 이곳에다 어린이들의 꿈을 헐어버리고 시니어 초등학교를 짓는다고 하니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울산 시내 곳곳에는 어려운 시기에 학교를 못 다닌 분들이 공부하는 학교가 잘 운영되고 있다. 시니어 초등학교 지원생이 얼마나 될지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향후 약 5년 정도가 지나면 없어질 것으로 추측한다. 그런데도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 문화의 전당 앞마당에 짓는다는 것은 세금을 내는 사람들로서도 선뜻 찬성하기가 어려울 일이 아닐까. 더군다나 퇴직자들의 모임 공간을 짓는다는 얘기도 들린다. 퇴직자들은 울산시 문화원을 비롯해 각 구·군 문화원과 도서관,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등에서도 얼마든지 지식을 쌓고 문화를 즐길 수 있다.
이번 소식을 접한 뒤 시니어 수업에 참여하셨던 전직 교장선생님 몇 분께 의견을 물어봤다. 그 답변은 “지금 하던 그대로 하면 되지, 이제 학교에 못 다닌 세대가 얼마 없는데 무슨 신축이 필요하단 말인가요?” 되묻고 있었다. 그 선생님들 역시 이제 남은 입학생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신축은 필요하지 않다는 판단이었다. 이 시니어 초등학교 운영은 속히 끝내야 지난날 가난했던 가슴 아픈 사연을 지워버리고 가끔 추억으로 소환하는 것이 역사의 아름다운 한 줄거리가 될 것이다.
요즘은 공부하려는 의지만 있으면 장소가 없어서 못 가르치거나 못 배우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도 울산시 주관으로 잘 해왔다. 수업에 참여하신 선생님들도 신축보다는 현재까지 잘해 온 그 교실에서 운영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한다. 시니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다니며 꿈을 키워가는 시니어도 계신다고 한다. 꼭 필요하다면 출산율 감소로 폐교하는 학교를 활용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이구동성으로 강하게 제시한다.
이같이 시니어 학습을 지금까지도 잘하셨기 때문에 문화의 전당인 남구문화원 정원은 꼬맹이들이 꿈을 키워갈 수 있도록 양보해 주시고 사랑과 무재칠시(無財七施)의 베풂을 간곡히 요청한다. 이곳 미래 꿈 정원에서 가꿨던 어린이들의 희망은 어디서 찾을 것인가.
이영식 울산남구문화원 지역학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