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감동의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를 기다리며

2025-01-17     경상일보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는 2016년 시작해 올해 10회째를 맞이하고 있다. 처음 울주군 상북면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에서만 개최되었는데 이제는 태화강국가정원과 울산대공원에서도 동시에 개최돼 그 명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행사에는 9월27일부터 10월1일 5일간 총 5만2600명이 방문했다. 개최 기간을 단축했음에도 오히려 방문객은 8000명 정도 많은 인원을 기록했다. 특히 역대 영화제에 참석했던 관객이 다시 찾는 비율이 81.8%로 집계돼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국내 영화 축제의 장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또한 2000년 출범해 5대륙 27개 단체가 가입된 국제산악영화협회(IAMF)에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는 2017년부터 아시아 대표로 활동 중에 있다.

산악영화는 일반 영화제에 출품되는 작품과 달리 산과 스포츠, 환경을 기반으로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진 논픽션 영상물로 보는 이들에게 짜릿한 감동과 자연의 숭고함마저 전해 주고 있다. 더욱이 다양한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험심을 자극하고 한계 상황의 도전에도 열광하게 만든다.

필자 또한 제2회 영화제 때로 기억한다. 등산을 즐겨하는 친구와 함께 산악영화를 보고 아름다운 절경의 신불산을 등산하기로 한다. 영화는 희귀암 말기 판정을 받았지만, 운명처럼 찾아온 자전거로 새로운 희망을 꿈꾸는 스물여섯 한국인 청년의 이야기이다. 생애 최대 좌절의 순간에 세계 최고의 자전거 대회 ‘투르 드 프랑스’ 한국인 최초 완주를 꿈꾸며 47일간 3500㎞의 뜨거운 도전이 시작된다.

‘투르 드 프랑스’는 1903년 창설된 대회로 사이클 대회 가운데 최고봉으로 꼽힌다. 선수들이 매년 7월 약 3주간 육각형 모양의 프랑스 전역을 자전거로 일주한다. 코스는 20~21개 스테이지로 이루어져 있으며 하루에 한 스테이지를 달리는 기록경기다.

거리도 만만치 않지만 험한 코스가 많아 ‘지옥의 레이스’로도 불리는데, 총거리가 3500㎞로 서울에서 부산을 자그만치 8번 왕복하는 거리다. 코스는 평지뿐만 아니라 알프스와 피레네의 우뚝 솟은 산봉우리들이 빠짐없이 포함되어 있다. 이 들 중엔 해발 2000m가 넘는 산들도 있다.

라이딩은 첫날부터 순탄치 않았다. 자전거 관리 담당인 메카닉은 팔이 부러지고, 팀 닥터는 불편한 숙소에 불만을 터뜨렸고, 현지 코디네이터는 적은 예산과 팀원들 간의 불신으로 자괴감에 빠져드는 등 어려움에 봉착한다.

하지만 산을 넘을 때마다 주인공은 ‘지옥이 있다면 여기일지도 모른다’며 철없는 미소를 지으며 외롭게 페달을 밟아 나간다. 그의 자전거에는 ‘希望(희망), for cancer patients(암 환자들을 위하여)’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고 한다. 그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암 환자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싶었고, 포기하지 말고 암은 나중에 생각하고 지금은 완주만 생각한다는 마음으로 달렸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프랑스 개선문으로 들어오면서 두 팔을 들고 환호하던 모습에 필자는 어느 영화에서도 볼 수 없었던 뜨거운 감동에 눈시울이 붉어졌었다. 47일 만에 기어코 모든 코스를 달려내고 만 것이다.

스포츠의 감동은 경쟁에서 이기고 지는 승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는 늘 자기 한계의 극복이라는 명제가 따른다. 아마 영화 속 주인공은 그의 영웅 랜스 암스트롱을 뛰어넘어 투르 역사상 가장 강한 레이서로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그의 도전이 누군가의 희망이 되어 어디선가 또 다른 놀라운 기적을 준비하고 있을지 모른다.

올해 제10회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10월쯤에 개최되는데 벌써부터 감동의 산악영화가 기대되며 2025년 을사년 새해 필자도 이루고 싶은 목표를 세우며 신불산을 오르고자 한다.

이명주 NH농협은행 울주군지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