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호의 反求諸己(100)]여수(汝水)는 동쪽으로 흐른다

2025-01-17     경상일보

수산성념 선사에게 어떤 스님이 불법(佛法)의 대의(大意)에 관해서 물었다. 선사는 ‘여수는 동쪽으로 흐른다고 대답했다.’ 불법은 부처님의 가르침이고 대의는 글이나 말의 대략적인 뜻이다. 수산성념 선사는 중국 선불교의 대표적 스님인 육조 혜능의 법통을 이어받은 대표적인 선사로서 중국 오대십국 시대 때 초나라 땅인 여주(汝州)에서 널리 불법을 선양했다.

여수(汝水)는 하남성을 흘러 회수(淮水)로 들어가는 강이다. ‘여수가 동쪽으로 흐른다’라는 것은 여수 같은 강은 수만 번을 꺾이더라도 끝내는 동쪽 바다에 이른다는 것이다. 만 번의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절대로 ‘깨달음’이란 본래 목적을 꺾어서는 안 된다는 수행자의 태도를 일컫는 말이다.

큰물을 말없이 바라보는 공자에게 제자 자공이 그 까닭을 물으니, “큰물은 만 번을 꺾이더라도 반드시 동쪽에 이른다. 그것은 동쪽으로 가고자 하는 의지가 굳기 때문이다”라고 대답했다. 공자는 춘추라는 난세에 고통받는 사람을 구하고자 긴 세월 동안 천하를 돌아다녔다. 천하를 주유하는 동안 공자는 추위와 굶주림은 물론 생명의 위협 등 수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데도 공자는 흔들리지 않았고 마침내 그의 동아시아적 휴머니즘인 인(仁)과 신분의 차별을 넘어선 교육 사상은 당대는 물론 후대에도 널리 퍼져서 수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선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뜻이 정하여져 생각이 안정된 나, 외부적 요인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마음, 비록 수십 번 꺾이더라도 끝내는 흘러서 바다에 닿는 나, 동해는 늘 그곳에 있으니 나만 강이 되면 된다. 의지는 어떠한 일을 이루고자 하는 마음이다. 그 마음이 간절하면, 그 행동에 정성을 다하면, 누구든 강이 될 것이고 누구든 바다에 이를 것이다.

동산양개 선사는 호남성 담주(潭州)에서 큰 개울을 지나다가 물속에 비친 자신의 그림자 모습을 보고 크게 깨친 후 “절대로 남에게서 찾지 말라”는 ‘과수게(過水偈)’를 지었다. 남에게서 찾거나 남 탓하지 말자. 그저 나를 바라보고 흔들리지 않는 내가 되자.

송철호 한국지역문화연구원장·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