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공존(共存)

2025-01-17     경상일보

공존(共存)의 사전적 의미는 ‘두 가지 이상의 사물이나 현상이 함께 존재함, 서로 도와서 함께 존재함’이라 한다. 따라서 공존(共存)은 서로 다른 존재들이 함께 살아가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을 공유하는 것을 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조화를 이루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공존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태도가 필요하며 단일한 기준이나 가치가 아닌 다양한 삶의 방식을 인정해야 한다. 상호 의존성을 필요로 하며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감과 대화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관계성이 결여된 채 같이 존재하는 것은 병존(竝存)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병존(竝存)은 여러 존재가 같은 공간에 나란히 존재하지만, 서로 긴밀하게 상호작용하거나 영향을 주지 않는 상태여서 별다른 갈등이 없을 수도 있지만, 조화나 상생을 목표로 하지 않고, 서로 독립적인 존재로 나란히 있는 상태에 가깝기 때문에 관계의 적극적인 상호작용이 부족하거나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공존은 평화롭고 조화로운 세계를 만드는데 핵심적인 가치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공존의 가치가 절실히 필요한 곳이 지금의 정치권이 아닐까 생각한다. 정치적 공존은 서로 다른 정치적 이념을 가진 집단이 같은 사회 안에서 평화롭게 함께 존재하며 협력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는 민주적 가치, 상호 존중, 타협의 정신을 기반으로, 갈등을 최소화하고 사회적 안정을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둔다. 현대 사회는 다양한 정치적 이념과 가치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기 때문에 이러한 정치적 공존에 바탕하여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으면 갈등이 심화될 것이다. 지금의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이러한 극단적인 정치적 대립을 완화시키고, 양극단으로 갈라져 싸우는 우리 사회의 안정과 통합을 도모하는, 민주적 질서를 유지하는데 있어 정치적 공존은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정치권은 공존을 통해서 다양한 관점을 수용해 포괄적이고 지속 가능한 효율적인 정책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시행 중이던 정책들이 폐기 되거나 후순위로 밀려나는,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아야 하는 폐해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정치적 공존을 이루기 위해서는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상대의 정치적 입장을 배척하지 않는 상호 존중의 태도가 중요하다. 여야 간의 완전한 합의가 어려운 경우에도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위한 공통의 목표를 위해 협력하고 타협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서는 끊임없는 대화와 소통이 필요할 것이며, 자당의 이익을 위해 스스로를 속이는 꼼수 정치 대신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법치주의에 입각해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극단적인 이념이나 상대방을 배척하려는 태도는 정치적 공존을 위협하며 서로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할 경우 타협이 어렵다. 쌓여만 가는 정치적 불신은 공존을 저해한다. 언론의 역할도 대단히 중요하다. 잘못된 정보나 선동적인 뉴스는 서로간의 갈등을 더욱 더 증폭시키며 공존의 가능성을 줄이게 된다. 갈등을 부추기는 보도는 자제하고 대화와 협력을 이끌어 내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여야 할 것이다.

지난 총선 이후 우리 정치계는 여야 간의 극한 대립으로 서로 한 치의 양보나 타협없이 정국을 이끌어 오면서 국민을 실망시켜 왔다. 국민의 삶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제나 복지, 국가안보는 뒷전에 두고 권력욕에 휩싸여 고소 고발을 난무하며 지난하게 보내왔다. 서로를 인정하지 않고 대화조차 하지 않으며 오로지 당리당략에만 집중하고 지지층에만 매몰되어 왜곡된 시각으로 바라보다 비상계엄, 탄핵, 국가원수의 체포에 이르는 파국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올 것이다. 이러한 대립은 단시간에 해결되기는 어렵겠지만 대화와 협력, 제도적 개선, 정치문화의 변화를 통해 풀어가야 할 것이다. 부디 국민을 위한 정치로 돌아와 이 어려운 난관을 극복하고 정치적 공존을 이뤄 대동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기를 바란다.

손재희 CK치과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