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반려견 순찰대, 사람과 동물 공존하는 따뜻한 공동체로
반려 인구 1000만 시대를 맞아 입양에서부터 양육, 장례에 이르기까지 반려동물을 단순한 동물이 아닌 가족의 일원으로 여기는 문화가 커지고 있다.
‘함께 산다’는 개념을 넘어 ‘삶의 동반자’로 인식하며 소중한 일상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반려동물과의 일상도 진화하고 있다.
지난 연말에 찾은 선암호수공원에서는 견주와 함께 초록 조끼를 맞춰 입은 작은 강아지가 눈길을 끌었다. 견주는 반려견과의 산책길에 주민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 요소를 발견해 안전신문고 앱에 신고하는 순찰 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름하여 ‘반려견 순찰대’다. 반려견과 견주가 산책을 넘어 동네를 지키는 공익적 활동을 함께 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사단법인 ‘유기견 없는 도시’에서 운영하는 반려견 순찰대 대원으로 일상적인 산책에 자율 방범 활동을 접목하여 지역 치안을 살핀다.
실제 신고 내용을 보면 △나무 데크 자전거 미끄럼 방지 훼손 △가로등 고장 △보도블록 파손 △훼손된 현수막 방치 △CCTV 미작동 등을 신고하고 있다.
아직은 생경하고 낯선 이름이지만 반려견 순찰대는 이처럼 민간단체에서 활동하는 순찰대가 있는가 하면, 경찰과 자치경찰위원회, 지방자치단체 간 협업으로 운영하는 순찰대도 있다.
말티즈, 포메라니안, 시츄, 골든리트리버 등 크기와 품종에 관계없이 지자체에 등록된 반려견이면 선발 심사를 거쳐 활동할 수 있는데, 주 활동은 개의 후각과 청각을 살린 방범 활동과 파손된 도로·시설물, 불법 쓰레기 투기 등 생활 불편 사항 발견해 신고하는 일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음주 차량을 조기에 발견해 사고를 막거나 실종자를 발견하는 등의 큰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럼, 이처럼 반려견을 활용한 순찰대가 탄생한 배경은 무엇일까?
‘반려견 순찰대’ 출범 배경은 지난 2022년 미국 한 연구팀의 콜럼버스(오하이오주 주도) 지역별 범죄율과 반려견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연구 결과에 있다고 한다. 이 연구에 따르면 반려견 산책이 많은 곳이 그렇지 않은 곳보다 강도 사건은 3분의 2, 살인 사건은 절반 정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반려견과 산책하는 견주가 동네를 순찰하는 것과 같은 역할을 해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를 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연구 결과에 착안해 국내에서는 반려견 순찰대가 지난 2022년 서울 9개 자치구를 시작으로 과천, 수원, 대구, 부산 등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반려견 순찰대를 지원하기 위한 조례 제정 역시 지난 2023년 과천시에 이어 지난해 구리시, 부산 중구, 서울, 인천 서구 등지로 확대되며 호응을 얻고 있다.
울산의 경우는 지난 2023년 중구 반구2동 주민자치위원회 주관으로 1팀이 출범했고, 동구에서는 지난해 도시재생지원센터 주도의 반려견 순찰대 1기 13개 팀이 출범해 8주간 활동한 바 있다.
남구에서는 일부 견주들이 민간단체에서 운영 중인 반려견 순찰대에 가입해 활동을 하고 있지만, 이들의 활동을 좀 더 활성화하고, 체계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남구 자체적으로도 반려견 순찰대를 출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반려견 순찰대의 견주 대부분이 MZ세대임을 감안해 지속적인 활동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초기에 지급되는 방범복이나 순찰대 물품 등의 예산 지원을 위한 조례 지정뿐만 아니라 관리 시스템 마련과 견주 교육, 반려견 의료 지원, 자원봉사 시간 인증, 우수 활동 대원 표창 등의 인센티브 도입으로 견주들이 자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우리 남구에 등록된 반려견 수는 2만여 마리다. 이는 남구 내 10가구 중 1가구 이상이 반려견과 살고 있음을 의미한다.
새해에는 남구도 반려동물 시대에 맞는 새로운 치안 모델을 도입해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따뜻한 공동체로 나아가기를 바라본다.
이상기 울산 남구의회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