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울산 덮친 ‘고환율·트럼프 리스크’ 퍼펙트스톰 대비해야

2025-01-22     경상일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기 첫날부터 전기차 보급 확대 정책 폐지를 지시하면서, 울산의 주력인 자동차 산업 수출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미국은 울산 전체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제1의 수출국으로, 주요 수출 품목 중 자동차(차 부품 포함) 수출이 68%를 점유한다.

달러화 강세로 인한 고환율(원화 가치 하락) 기조에다 2기 트럼프 정부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로 울산 경제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 시각) 전기차 보급 확대 정책의 폐기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전기차 보조금 폐지가 현실화하면 현지 공장 구축 등 대미 투자 및 수출 확대를 꾀해 온 현대차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울산 최대의 먹거리인 자동차 산업과 미래 성장동력인 배터리 산업에 트럼프발 리스크가 몰아치고 있다.

여기에 고환율의 장기화 기조도 수출주도형 울산 경제를 위태롭게 하는 요인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고환율 기조가 주요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기상도로 표현한 결과, 울산이 주력산업으로 하는 정유·석유화학·배터리·철강 등이 줄줄이 ‘흐림’으로 예보됐다. 이들 산업은 업황 부진에 고환율까지 덮치며 채산성 및 재무구조 악화가 우려된다. ‘대체로 맑음’으로 예보된 자동차 산업도 트럼프 리스크에 잠식당해 부정적인 측면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트럼프 발 위기 속에서도 조선산업은 ‘퀀텀 점프’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에너지 직접 개발 장려와 선박 MRO 분야 사업 및 동맹국 활용 군함 건조 정책 등이 성장의 디딤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황 슈퍼사이클에 올라탄 조선업계에 ‘울산의 찬가’의 뱃고동 소리가 기대된다.

지난해 울산 수출액은 전년 대비 소폭 증가한 881억달러로, 2년 연속 수출 900억 달러 안착에 실패했다. 지자체 수출 순위도 3위로 한 계단 주저앉았다. 수출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자동차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고 조선과 비철금속 수출이 부진한 결과다.

울산무역협회는 올해 울산 수출액도 지난해와 유사한 1%대 증가율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울산 경제가 국내 정치 불안과 대외적인 불확실성에 노출되면서 다시 시험대에 오른 모양새다. 정부와 지자체, 기업 등 경제주체 모두가 합심해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 변화의 중심에서 울산이 또 어떤 기회를 창출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