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출범 울산산업계 희비, 조선 최대 수혜 기대…車업계 긴장
2025-01-22 석현주 기자
조선·정유·석유화학 등 업계는 훈풍이 불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미국 현지 공장 구축 등 전기차 분야 투자를 늘려온 자동차업계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울산시는 지역 산업계와 TF 및 민·관 합동회의 등을 통해 경제 동향을 공유하고, 선제 대응하는 등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해 나갈 방침이다.
21일 트럼프 대통령이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한 가운데 두 차례나 한국 조선업계와 협력을 언급한 만큼 조선업종이 향후 가장 강력한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자국 조선업과 해군 함정 최신화를 위해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과 첫 통화에서 “세계적인 한국의 군함 건조 능력을 알고 있다”며 “선박 수출뿐 아니라 MRO(유지·보수·정비) 분야에서 한국과 긴밀하게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미 해군의 목표 물량 달성을 위해 함정 MRO 물량 일부를 해외로 위탁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울산에 본사를 둔 HD현대중공업이 올해 초 미국 함정 MRO 사업 수주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북미 특수선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겠다는 것이다.
함정 분야 외에도 유조선,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요 증가도 예상된다. 그동안 바이든 행정부는 녹색 정책을 펼치며 신규 LNG 수출 프로젝트 허가를 내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면서 원유, LNG 운송량이 증가할 경우 한국 조선사들의 유조선, LNG운반선 수주 증가세도 예상된다.
울산에 주력 사업장을 둔 정유, 석유화학 업계도 새로운 기회를 맞을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친환경 대신 화석연료 확대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대선 선거 구호로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을 내세우며 미국 내 원유와 가스 시추를 늘린다는 계획을 밝혔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계획대로 석유 증산에 나설 경우 국내 정유사들이 수혜를 얻을 수 있다.
석유 증산이 고유가 기조를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낮아진 유가 만큼 수요가 늘어 정유사의 수익성 지표인 정제 마진이 상승해 정유사에 이익이 될 수 있다.
중국의 저가 공세에 어려움을 겪는 석유화학 업계 역시 친화석연료 정책의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석유화학 업계는 트럼프 행정부의 석유 증산으로 국제유가가 지속 하락하면 원료비가 개선돼 수익성 향상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공언해왔던 전기차 보조금 폐지가 현실화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 현지 공장 구축 등 전기차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려온 현대자동차의 타격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하이브리드차량 등 북미에서 인기가 높은 차종의 판매 비중을 늘리면서 수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울산시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울산의 최대 수출국인 미국(전체 수출의 25%)의 산업·통상 정책 기조가 크게 변동됨에 따라 경제 불확실성과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대비해 지역 차원의 대응 체계를 가동했다.
지역경제 민·관 합동회의와 전담조직(TF)형 지역경제 추진단 등 지역경제 위기 대응 통합 거버넌스 운영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전환, 울산의 경제적 입지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정호동 울산시 경제산업실장은 “샤힌 프로젝트와 GPS 등 민선 8기 들어 이뤄낸 23조원에 달하는 민간투자 유치 사업들이 위기 극복의 발판이 될 것이다. 현재의 주력산업 경쟁력 강화뿐만 아니라 미래 신사업 육성에 대한 준비를 지속하겠다”면서 “경제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글로벌 공급망 불안 요인이 지속되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지역 기업들과의 긴밀한 협조체계를 유지해 울산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