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블랙아이스, 검은 정장을 입은 도로 위의 저승사자

2025-01-23     경상일보

겨울이 되면서 도로 곳곳은 소위 블랙아이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가 도보 중에 만나는 일반 빙판길과 달리 겉으로는 안전해 보이는 길이어서 더 문제이다. 도로가 사람의 피부라면 블랙아이스는 잘 먹은 화장이다. 화장을 잘하면 자연스러운 피부와 다를 바 없어 보이는데, 마찬가지로 마치 별문제 없는 도로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 블랙아이스인 것이다. 도로 위 빙판의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을 뜻하는 신조어)’라고 해야 할까.

지난 14일 고양시 자유로와 서울문산고속도로에서 총 105대의 차량이 연쇄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총 16명의 중경상자가 발생했고, 곳곳이 교통정체를 빚었다. 같은 날 김포에서도 블랙아이스에 의한 사고로 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겨울철 미끄럼 교통사고 10건 중에서 3건이 블랙아이스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블랙아이스는 어떻게 해서 생기는 걸까? 블랙아이스는 겨울철 도로 표면에 형성되는 얇은 얼음막을 가리키는 것으로, 아스팔트 색이 그대로 투과되어 보이기 때문에 ‘블랙아이스’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도로 위에 쌓인 눈 같은 경우 쉽게 육안으로 구분되기 때문에 블랙아이스에 비하면 그나마 덜 위험하다. 블랙아이스라는 것은 원거리에서 육안으로 봐서는 표시가 거의 나지 않고 그냥 조금 젖은 정도의 보통의 노면으로 인식되어 속도에 대한 주의 없이 달리다가 미끄럼 사고를 겪게 되는 것이다. 생기는 원인은 다양하게 알려져 있는데, 낮에 내린 눈이나 비가 밤에 얼어서 생기기도 하고, 안개나 이슬이 차가운 지면과 만나 얼어붙으면서 생기기도 한다고 한다. 지열과 햇빛이 닿기 어려운 곳, 습한 곳 등이 발생하기 쉬운 곳인데, 터널 출입구, 그늘진 도로, 호숫가, 다리 위 도로 등이 요주의 구간이다. 특히 커브길이 겹치면 사고가 필연이 된다.

도로교통공단이 2020년에 배포한 ‘블랙아이스 대비법’ 5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기상예보와 교통정보를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타이어 상태를 확인하고 안전장치를 장착하는 등 차량의 수시 점검을 해야 한다. 셋째, 감속 운행을 하고 앞차와는 충분한 거리를 유지한 채 운전해야 한다. 넷째, 급가속, 급제동을 피하고 부드럽게 핸들과 페달을 조작해야 한다. 다섯째, 코너를 돌 때는 브레이크로 천천히 속도를 조절하며 운전해야 한다.

특허정보검색서비스 ‘키프리스’ 사이트(www.kipris.or.kr)에서 자유검색(단순 검색)을 해 보면 3000여 개의 블랙아이스 관련 특허자료가 검색된다. 1982년 단단위의 연간 출원 건수에서 시작하여, 1991년부터 매년 10단위의 건수를 기록하다가 2010년부터는 매년 100건 이상의 출원이 되고 있고 2020년도에는 연간 307건의 출원 건수가 기록되었다. 즉 매년 이 분야의 출원이 증가하고 있고 주춤할 기세가 없는 것을 보니, 문제의 심각성은 더해만 가는데 뚜렷한 해결책은 아직 찾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하게 한다.

최근 우리나라 기사에 따르면 ‘사물에서 반사되는 고유의 음파 데이터를 분석하여 블랙아이스를 높은 정확도로 감지하는 센서’가 개발되어 실제 도로에 설치되어 있다고 한다. 그 외에도 블랙아이스 감지, 알림 장치 등 각종의 아이디어들이 쏟아지고 있다. 각 지자체에서도 표지판 설치, 열선 설치 등의 대책들을 내어놓고 있다. 기상청에서 매일 오전과 오후에 발표하는 날씨 해설 통보문을 주의깊게 살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러한 미끄럼 사고 문제는 비단 블랙아이스 뿐만이 아니라 통상적으로 눈이나 비가 올 때도 마찬가지이다. 나아가 안전과 예방이라는 큰 카테고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최근의 항공기 사고를 보더라도 예방의 범위 밖에 방치된 원인은 시간이 흐른 뒤, 차마 언급하지도 못할 정도의 한계를 넘는 치명적인 결과를 우리에게 안기게 됨을 알 수 있다.

바빠진 세상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며 감속 운전을 하는 것처럼 더욱 여유를 찾아야 한다. ‘검은 정장을 입은 도로 위의 저승사자’가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살금살금 달리면 될 일이다. 그것이 더 바빠질 일을 미연에 방지하는 길이 된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김지환 지킴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