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울산 사업장 안전불감 여전, 멀고 험한 ‘안전 산업도시’

2025-01-23     경상일보

산업수도 울산이 공업도시 출범 이후 줄 곳 ‘산재도시’란 오명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2002년 월드컵 울산경기 개최를 계기로 천신만고 끝에 ‘공해도시’라는 오명은 벗었지만, 산업재해 사고는 갈수록 증가해 ‘산재도시’ 이미지가 고착화되고 있다.

대규모 사업장은 물론 중·소기업 사업장 모두 중대재해처벌법 전면 시행에도 많은 사망자가 나와 안전불감증이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늘 강조하듯, ‘소 읽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사후약방문식 대책이 아니라 예방 중심의 꼼꼼한 점검과 대책이 요구된다.

민주노총 울산본부가 최근 지역 50인 미만 사업장 22곳을 대상으로 산업안전보건 실태조사를 한 결과, 전체 사업장의 64%가 최근 3년간 산업재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생활 폐기물 수집·운반업체의 경우 100%가 산업재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폐기물 업체를 포함해 50인 미만 사업장 전반적으로 안전보건 관리체계가 미흡하다는 방증이다.

산업안전보건법 준수 여부에 대해서는 휴게시설 설치 항목을 제외한 사업주의 의무 준수율이 36% 이하로 매우 저조했다. 지난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안전보건에 변화가 없었다는 답변이 68%에 달했다. 대다수 사업장이 안전 표지 설치나 보호구 개선 등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다. 심히 염려스럽다.

울산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 규모의 제조업체가 밀집해 있어 산업재해 발생 위험이 높은 지역이다. 전국의 40% 가량을 취급하는 화학 및 관련 기업이 집적화 돼 있어 산업재해 발생 가능성도 어느 지역보다 높은 상황이다.

실제로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이 최근 공개한 중대재해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울산 지역에서는 20건의 중대재해가 발생, 23명의 근로자가 숨졌다. 최근 4년간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왔다. 앞서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울산 지역 중대재해의 80% 이상이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지역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 체계에 여전히 허점이 많음을 시사한다.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했다 하더라도 중대재해가 빈번히 발생한다면 그것은 보완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울산시와 지자체 등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종합대책을 재점검해 보완책을 마련하고, 기업들도 안전보건관리 시스템을 재점검해야 할 때다. 이제는 산업재해로 인한 ‘죽음의 사슬’ 을 끊어내야 한다. 그래야만 울산이 시민과 근로자가 안전한 안전 산업도시로 나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