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열의 고용노동 이슈(23)]60세 이상 계속고용과 고령자 소득 보장
우리나라에서 60세 이상 고령자의 계속고용은 현재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으며, 그 핵심에는 소득 공백 문제가 있다. 중장년층이 계속 일을 하고 싶은 이유는 경제적 필요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노인 빈곤율이 높은 국가 중 하나로, 이는 55세에서 65세 사이의 고용률이 낮은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은퇴 후 재취업 시장이 제대로 발전하지 못한 결과, 정년과 국민연금 수급 연령 간의 불일치가 고령자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대개 60세 안팎에서 퇴직하는 반면, 국민연금은 65세부터 수령할 수 있어 지속적인 소득 불안정에 직면한다.
상황 변화의 필요성이 점점 느껴지는 가운데, 최근 기업 환경에서도 정년 연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2010년대에 다수의 국내 기업들은 정년을 55세에서 60세로 연장했지만, 추가적인 연장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2020년대에 접어들면서 정년 연장 논의가 다시 시작되고 있다. 일부 기업, 예를 들어 동국제강은 2022년에 정년을 만 60세에서 62세로 확대하는 조치를 취했으나, 여전히 대다수 기업들은 일률적인 정년 연장에 대해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은 만 64세로의 정년 연장을 요구했지만, 회사 측은 비용 문제를 이유로 반대했다. 고령층 비중의 증가는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기업의 조직 활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대기업 및 공공부문에서 일하는 인력 중에는 저성과자도 많은 만큼, 단순히 퇴직 기한을 늘리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이와 같은 배경에서 퇴직 후 재고용 제도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회사에서 은퇴한 인력을 계약직이나 고문 등으로 재활용하는 방식이며, 기업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고령층의 경험과 기술을 활용하면서, 노동자는 연금을 받기 전까지 안정적인 수입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한국경제인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71.9%가 퇴직 후 재고용 방식을 선호한다고 응답했으며, 인크루트의 설문에서도 59.8%가 긍정적이라고 응답했다.
특히 지난해 현대차의 숙련 재고용 확대는 산업계 안팎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현대차는 2019년 노사합의로 정년 이후 원할 경우 1년 더 촉탁계약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한 바 있다. 최근 2024년 임금협상에서 이를 62세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해마다 2000명 이상이 생산직에서 정년을 맞이하고 있으며, 정년 퇴직 후에는 최대 2년간 퇴직 후 재고용이 가능하지만, 임금은 신입사원 수준으로 낮아지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합의가 고령 인력 활용을 위한 새로운 실험으로 평가받고 있으나, 실상은 정년 연장을 둘러싼 노사 간의 힘겨루기 속에서 나온 임시방편적인 해법으로 해석할 수 있다.
포스코는 기술 컨설턴트 제도를 운영해 은퇴한 퇴직자 중 심사를 거쳐 선발된 인원을 계약직으로 채용하고 매년 실적 및 성과 평가를 통해 연봉 수준과 계약 연장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이 제도는 최대 5년 동안 가능하며, 숙련 인력의 경험과 전문 지식을 전수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현재 노동계는 임금 손실 없이 65세로 법정 정년 연장을 주장하는 반면, 경영계는 퇴직 후 재고용 중심의 계속고용 제도와 임금 체계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정년 연장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이를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행할지는 여전히 논란이 되는 주제이다.
현재의 고용 현실을 보면, 55~64세 전체 취업자 가운데 명문화된 60세 정년이 사실상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2024년 통계청 고령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를 그만둔 당시의 평균 연령은 여전히 49.4세에 그친다.
또한 그만둔 사유가 정년퇴직이라고 답한 비율은 9.3%에 불과하며, 대부분은 회사의 어려운 상황이나 인력 감축으로 인해 비자발적으로 퇴직하는 경우가 많다. 주된 일자리를 일찍 떠나면 심각한 임금 감소를 동반하게 되며, 이러한 조기퇴직자의 빈곤 위험은 더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계속고용 문제를 법제적으로 도입할 경우, 일괄적인 적용보다 단계적 추진이 필요하다. 정년 연장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거나 재고용 제도를 일률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각 기업의 상황에 맞춰 선택권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접근해 나가야 하며, 늦지 않게 고용기간을 연장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만약 무리하게 법정 정년을 일괄적으로 연장할 경우, 노동시장 내 이중구조가 심화되고, 청년 고용이 지연될 위험이 커진다.
따라서 우선적으로 사업장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부터 고령자 고용 방안을 도입하고, 대기업과 공공기관은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수명 연장과 노년기의 장기화는 개인의 노후 생활 및 안정적인 소득에 대한 관심을 촉발하고 있다. 2030년까지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이 100세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노년기의 장기화에 따른 소득 보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연금을 포함한 개인 소득 보장 체계를 강화하는 방안과 더불어, 고령자의 경제 활동을 촉진할 수 있도록 사회적 지원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계속고용 문제는 단순히 고령자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직결된 구조 개혁 과제다. 이에 따라, 현 정치 상황과는 무관하게 사회적 대화와 논의가 심도 있게 이뤄져야 한다. 고령화를 배경으로 한 지속가능한 사회구조의 확립과 고령층의 소득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정책 입안자들은 이러한 점을 고려해, 다각적이고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다. 고령화 사회를 위한 포괄적인 접근만이 미래의 지속 가능한 경제를 일구는 초석이 될 것이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한국생산성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