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원의 경제읽기(9)]넛크래커(Nutcracker)와 간절곶 새 태양

2025-01-31     경상일보

새해 첫날 우리나라에서 해돋이가 가장 빠르다고 하는 간절곶(艮絶串, 墾切串)에서 지난해엔 구름에 막힌 것과 다르게 푸른 뱀의 해 새 태양이 장엄하게 타올랐다. 하지만 한달 지난 지금 여러 가지 대내외 악재로 우리나라와 울산지역 경제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형국이다. 세계 경제도 개선세가 제약적임에 따라 수출의 우리 경제 견인효과도 약화될 전망이다.

1월 발표된 IMF의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에 따르면 2025년 세계경제 성장률은 3.3%로 지난 2024년 10월 발표된 전망치보다 0.1%p 상향됐지만 여전히 과거 2000~2019년 연평균 성장률(3.7%)을 상당폭 하회하는 가운데 우리나라 성장률은 2.0%로 0.2%p 하향 조정됐다.

세계 경제 성장률이 소폭 조정에 그치긴 했지만, 주요 국가별 성장흐름은 미국 등 주요국의 통상·산업정책과 그 대응효과에 따라 차별화된 경로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7%로 주가상승 등 자산효과(wealth effect)에 따른 소비 강세, 완화된 통화정책 및 안정적인 금융여건 등으로 지난 10월 전망치보다 0.5%p나 상향됐다.

반면 유로지역의 성장률은 지정학적 긴장 지속, 제조업 약세, 정치 불확실성 증대 등에 따라 0.2%p 하향 조정된 1.0%로 낮은 성장 추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의 성장률은 4.6%로 지난해 11월 발표된 경기부양책이 글로벌 무역정책 불확실성 및 부동산시장 침체를 일부 보완할 것으로 평가되면서 0.1%p 상향 조정됐다.

한편, 세계교역 신장률은 0.2%p 낮춰진 3.2%로 전망됐는데, 이는 글로벌 무역정책의 불확실성이 높아짐에 따라 교역기업들의 투자가 약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세계 경제의 전망에는 상방요인보다는 하방 위험요인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

IMF는 우리나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0%로 지난해 10월 전망보다 0.2%p 하향 조정했다. 한국은행도 최근 국내 정치 불확실성 증대 등으로 경제심리가 위축되면서 올해 성장률을 지난 11월 전망(1.9%)보다 약 0.2%p 정도 낮춘 1.6~1.7%로 수정 전망했다. 이러한 성장 전망은 대내외 리스크 여건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된 상황임을 감안할 때 불확실성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내외 충격에 민감한 울산지역의 경우에는 위와 같은 세계경제 및 한국경제의 부진에 더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수출 둔화로 지역 제조업 생산이 위축되고, 이어 근로소득에 크게 의존하는 지역 서비스업은 더 어려워지기 마련이다.

울산지역 성장률은 지난해 전국보다 소폭 높을 것으로 추정되나 올해에는 전국 수준의 1% 중후반대 성장률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1~23년 중 연평균 4.6%(GRDP) 성장률로 전국(2.9%)보다 상당폭 높았던 것과는 대비된다.

산업별로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은 성장률이 둔화되고, 건설업은 역성장이 예상된다. 자동차 산업은 지난해 생산이 감소한 데 이어 올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전기차 수요 둔화 및 관련 정책 불확실성 확대, 중국산 전기차와의 경쟁 심화 등으로 감소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정제 및 화학은 지난해 생산이 증가했으나 올해는 중국의 자급률 상승, 주요국 수요둔화 등으로 보합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업은 국내 정치 불확실성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보다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보이며, 건설업 생산은 지난해 증가했으나 급감한 건설수주 및 건축허가, 높은 수준의 미분양주택 등의 영향으로 올해는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긍정적으로 전망되는 조선업, 이차전지 산업 등도 위험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조선업은 미군과의 MRO(유지·보수·운영) 협력 확대, 트럼프 정부의 친화석연료정책에 따른 에너지운반선 발주 증가 가능성 등으로 올해에도 호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중국의 글로벌 수주점유율이 크게 증가하고 기술력도 높아지면서 빠르게 추격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이차전지 산업은 AI 관련 투자 확대로 ESS용 배터리 수요가 확대됨에 따라 생산이 증가할 것으로는 예상되지만 전기차시장 캐즘으로 전기차 배터리분야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흔히 한국경제가 처한 상황을 넛크래커(Nutcracker)로 비유하곤 한다. 1997년 IMF 위기 직전 국제 컨설팅회사가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 낀 우리나라의 처지를 적나라하게 표현한 말이다. 당시에는 우리가 잘 이겨내서 현재의 선진국 반열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동안 구조개혁 지연과 신성장산업 발굴 실패로 지금은 중국의 ‘제조 2025’(양적성장에서 질적성장으로의 전환)와 미국의 ‘마가노믹스(MAGAnomics; 강력한 ‘통상·산업정책’)’ 사이에 다시 끼이게 되었다. 지난 12월 이후 전개된 국내 정치 혼란은 엎친 데 덮친 꼴이다. 1997년 전후와는 훨씬 어려운 형국이다. 또한 그 한복판에 놓인 것이 울산경제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대내외 모두 어려운 상황에서도 울산경제가 다시 한번 더 크게 도약할 수 있다고 믿고 싶다. 산업과 환경에서 태화강의 기적을 일궈낸 지난 60년의 저력이 기대된다. 용이 여의주를 물고 힘차게 비상하는 울산광역시의 심벌마크처럼 새해 간절곶의 붉은 태양 위로 을사년(乙巳年)의 푸른 뱀이 솟아오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강원 한국은행 울산본부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