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관세전쟁에 환율·코스피 직격탄

2025-02-04     전상헌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요국을 대상으로 관세 정책을 강행하면서 3일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원/달러 환율이 장 초반 20원 가까이 치솟으면서 1470원대까지 뛰었고 코스피는 장 중 3% 넘게 밀리면서 2440선이 무너졌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14.5원 상승한 1467.2원을 기록했다.

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 지난달 13일(1470.8원) 이후 3주 만에 최고치다.

환율은 13.3원 오른 1466.0원으로 출발해 오전 중 1472.5원까지 상승했다. 지난달 31일에 이어 2거래일간 40원 가까이 뛰어오르며 급격히 수준을 높였다.

시장 내 위험회피 심리가 고조되면서 주식과 비트코인도 크게 하락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3.42p(2.52%) 내린 2453.95에 마감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8.63p(1.93%) 내린 2468.74로 출발해 장 중 한때 2440선이 붕괴됐다.

코스피가 장 중 2440선 아래로 내려온 것은 지난달 3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8707억원, 3729억원 순매도했고, 개인은 1조1274억원 순매수했다.

SK하이닉스(-4.17%)와 삼성전자(-2.67%) 등 반도체주는 급락세를 이어갔다.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 충격에 더해, 반도체가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반영됐다.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4.49p(3.36%) 내린 703.80에 마감했다. 지수는 전장보다 10.03p(1.38%) 내린 718.26으로 출발해 낙폭을 키웠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1bp(1bp=0.01%p) 내린 연 2.572%에 장을 마쳤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간)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오는 4일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오는 모든 수입품에 각각 25%(캐나다산 석유·천연가스는 10%), 중국산 제품에 10% 추가 관세가 부과된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8일까지 캐나다 등에 석유와 가스, 철강, 알루미늄, 구리 관세를 부과하고 유럽연합(EU)에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에 캐나다, 멕시코,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고 미국 제품에 보복관세를 물리겠다고 발표하는 등 글로벌 무역 전쟁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증권 연구원은 “멕시코와 캐나다를 볼 때 2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대상에 어떤 예외도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확인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2018년과 현재를 비교할 때 한국은 대만, 베트남, 캐나다, 태국과 함께 미국의 무역적자가 100% 이상 확대된 나라”라며 “보편관세 도입시 관세 부담은 물론, 캐나다, 멕시코 사례와 같이 선별적 관세 부담 대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발 관세 전쟁에 대한 우려가 실제보다 과장됐다는 평가도 없지 않다.

또 다른 증권 연구원은 “이번 3개국에 대한 관세 부과는 지난해 11월 대선 이후 여러 차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사안으로 증시에서도 해당 수위의 관세 우려를 선반영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높고 법적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지적도 있는 만큼 무역분쟁 전면화라는 최악 시나리오보다는 일부 관세 부과 후 협상의 시나리오에 높은 확률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한 연구원은 최근 양호하게 나타난 1월 한국 수출과 조선 및 주주환원 테마주의 양호한 실적을 근거로 “금주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높아지겠으나 주가 복원력으로 인해 지수 하단이 제한된 채 업종별 차별화 장세를 연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상헌기자 일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