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기후 위기와 불확실성 시대
지난해 영국의 비영리 언론기관인 ‘카본브리프’가 선정한 기후변화 관련 10대 논문 중에 네덜란드의 해양·대기 연구소에서 발표한 대서양 해류 순환에 관한 논문이 있다. 슈퍼 컴퓨터를 활용한 시뮬레이션에 의한 이 연구는 지구의 핵심 기후 조절 장치인 대서양 해류와 남극 역전 순환류가 기후변화로 붕괴되고 있다는 것이다. 바닷물의 온도와 염도의 균형이 깨어지면서 순환 자체가 멈출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는 북유럽의 겨울 기온이 1세기 안에 평균 10~30℃까지 더 떨어지며, 아마존 지역에도 기상 이변이 더욱 거칠게 일어나면서 생태계가 붕괴될 수 있다고 했다.
영국 보험계리사협회의 한 보고서는 지구 기온이 3℃ 이상 상승(지난해 1년간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 이상 높아졌음을 세계 기상기구에서 발표하면서 온난화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고 함)하는 2050년에는 온난화로 인한 주요 생물의 멸종과 사회적 분열 등으로 40억명이 사망할 것으로 예측했다.
UN 사무총장 구테흐스는 신년사에서 “지구촌은 기후위기를 지나 지금은 기후붕괴로 치닫고 있다”라고 하면서 적극적이고 올바른 대응이 없다면 파멸의 길로 들어설 것이라는 경고를 하였다.
한편, 지난달 20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하기로 했다고 한다. 미국의 탈퇴로 파리기후협정으로 계획된 ‘탄소제로’ 체제가 무너질 수 있다. 광대한 땅을 가지고 부유한 나라인 미국 같은 나라는 그들이 야기한 기후변화에 대한 생각을 인정하기 어려울 수 있다. 미국의 방식은 소유하고 소비하는 양으로 성공을 측정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 온실기체 배출량의 30%를 배출하는 중국은 2030년에는 온실기체 배출량이 정점을 찍도록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2030년까지는 배출량이 늘어나는 것을 용인한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배출량이 미국이나 중국보다 적은 국가들은 불만과 함께 감축을 포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 2020년 들면서 석유에너지 산업을 줄이면서, 신재생에너지 산업으로 중심을 옮겨, 47.4%의 신재생에너지(원자력 발전까지 합치면 청정에너지 비율은 71.1%)를 이뤄낸 유럽 주요 에너지 기업들이 최근 신재생에너지 분야 투자를 줄이고 있다. 영국의 BP 기업은 2030년까지의 해상풍력 투자를 3분의 1로 줄이면서, 석유생산량을 40% 줄이겠다는 목표를 철회했다. BP의 라이벌인 셀도 풍력산업에서 손을 떼기로 하면서 기존 풍력산업만 유지하기로 했다.
덴마크의 오스테드는 청정 수소 생산 프로젝트를 취소하면서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목표를 절반으로 낮춰 조정하였다. 노르웨이 에퀴노리 기업은 수소 생산 수출 계획을 철회하였다. 세계는 경제성을 갖추지 못한 신재생에너지 산업에의 투자가 기업 부실로 이어지는 현실에서, 다시 되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또는 우리 아이들이나 손자들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공기와 바다를 1800년대 수준으로 되돌릴 수는 없다. 온실기체 효과는 이미 지구를 계속 따뜻하게 유지할 만큼 충분한 열을 바다에 함몰시켜 놨기 때문이다. 우리의 남은 인생 동안 지구는 계속 예측하지 못할 기괴한 변화가 생겨날 것이다. 전례 없는 불확실성 시대를 맞이할 것이다.
수출 산업이 핵심 주력 산업인 우리나라는 언제 강화되어 다가올지도 모르는 기후협약 준수 압력과 RE100을 대비해야 하는 짐을 지고 있다. 기후 비상 사태, 사회 정의 문제, 엄청난 소득 불균등, 생태계 혼란 등이 서로 얽혀서 심각한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어쩌면 이 변화는 희망적일 수도 있다. 생명 중심 시스템이 등장할 수도 있는 공간이 마련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극복해야 할 것임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세계는 아직 10℃ 이상 상승하지 않았고, 해수면도 1m 이상 높아지지 않았다. 우리는 아직도 우리의 위기를 해결할 기회가 있는 것이다. 방법은 우리가 찾아야 한다.
허황 울산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