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울산 노인일자리…패밀리 레스토랑 등장

2025-02-06     신동섭 기자

“손님에게 익숙한 맛을, 착한 가격에, 건강한 음식으로 제공합니다.”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을 목전에 둔 가운데 노인들의 제2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인일자리 사업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최근까지 공익형 일자리 사업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시장형 일자리 사업이 점차 비중을 높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울산에서 전국 최초로 노인들이 운영하는 패밀리 레스토랑이 문을 열어 눈길을 끌고 있다.

5일 남구에 따르면, ‘장생포에서 불어오는 향기 좋은 바람’이라는 뜻을 가진 패밀리 레스토랑 ‘브리즈’는 지난 4일 울산 남구 장생포웰리키즈랜드 5층에서 정식 오픈했다.

사회적협동조합행복느티나무 공동체노인일자리 브리즈사업단에 소속된 브리즈는 ‘2024년 노인일자리 시장형 사업단 인프라 구축 지원 사업’ 보건복지부 공모 사업에서 울·부·경 중 유일하게 선정돼 국비 2억5000만원을 지원받아 지난해 12월 조성됐다. 공모 신청은 남구가 지원하고 접수했다.

브리즈는 환갑의 나이를 넘긴 20명의 종사자가 ‘익숙한 맛을 착한 가격에, 건강한 음식으로 제공한다’는 방침으로 운영된다. 종사자들은 모두 요식업에 종사한 경력자들이거나 관련 자격증을 보유한 이들이다.

종사들은 경력을 살려 육수, 소스, 피클 등을 수제로 제작하고 고기도 직접 두들겨 육질을 연하게 만들어 식재료로 사용하고 있다.

브리즈는 사업 조성 단계부터 주말 일평균 500~600명이 이용하는 장생포웰리키즈랜드 이용자들이 인근에서 이용할 마땅한 음식점이 없어 빵, 도시락 등으로 끼니를 때우는 것에 착안해 시작됐다.

사업 조성 단계부터 철저한 시장조사를 통해 영유아를 동반한 가족 단위 장생포 관광객이 이용할 만한 식당이 인근에 없다는 점 등을 고려했고, 적당한 가격에 돈가스와 피자, 파스타, 김밥, 떡볶이 등의 메뉴로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이날 손님들은 가격 대비 품질이 나쁘지 않고 자극적이지 않은 깔끔한 맛이라고 입을 모았다. 점심 시간에는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이 많아 돌아가는 손님도 속출했다.

브리즈 직원 최난(64)씨는 “이 일을 하고서 무미건조했던 삶에 긴장감이 느껴진다”며 “사회에서 익히고 기른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시니어 일자리가 여러 분야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구는 브리즈가 공익형 일자리 사업에서 시장형 일자리 사업으로의 노인일자리 사업 트렌드 변화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기존 동네 환경 미화 등 1차원적인 일자리에서 베이비부머 세대의 다양한 능력을 활용한 사업으로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는 것이다.

남구 관계자는 “브리즈가 인근 전문 식당과 경쟁을 이겨내고 어르신들의 우수한 일자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운영 기간 동안 전문서비스 교육과 함께 다양한 홍보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