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역공…계열사 통해 영풍에 집중투표제 도입 제안
2025-02-06 서정혜 기자
고려아연 계열사인 영풍정밀은 오는 3월 영풍 주주총회를 앞두고 집중투표제와 현물 배당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 건,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안건 등을 영풍 측에 제안했다고 5일 밝혔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등 최씨 일가가 지배하는 고려아연 계열사로, 영풍의 총 발행주식 6만6175주(지분율 3.59%)를 보유한 주주다.
영풍정밀은 오는 11일까지 영풍 측에 수용 여부를 회신해 달라고 요청했다. 상법 규정에 따라 정기주주총회 소집통지·공고에 주주제안 내용을 함께 기재해 줄 것도 요구했다.
영풍정밀은 영풍의 회신이 없으면 의안 상정 가처분 신청 등 주주로서 법적조치 하겠다고 밝혔다.
영풍정밀의 이같은 제안은 장형진 고문 가족 등 장씨 일가가 영풍 지분 과반을 보유해 이사회에 외부 추천 이사가 진입하기 어려운 구조를 해소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집중투표제를 통해 소수 주주 등이 추천하는 이사 후보를 이사회에 진입시켜 경영을 견제하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집중투표제는 이사를 선임할 때 선임하는 이사 수 만큼의 의결권을 주주에게 부여하고 원하는 후보에게 몰아주는 방식으로 투표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소수 주주가 지지하는 후보의 선임 가능성을 높여준다. 집중투표제는 지난달 고려아연이 임시 주총에서 영풍·MBK에 대항해 지분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꺼냈던 카드이기도 하다. 다만, 앞서 법원은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 의결 시 다음부터 이를 도입하도록 제한했다. 고려아연 임시 주총에서도 실제 도입은 다음 주총으로 미뤄졌다.
영풍정밀은 집중투표제와 사외이사 선임 안건 등을 제안한 배경으로 석포제련소 환경오염과 경영실적 악화 등을 꼽았다. 실제로 영풍의 주력 사업장인 석포제련소는 아연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중금속인 카드뮴과 관련된 환경 오염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2022년까지 환경 법령 위반 사례가 76건 적발되기도 했다.
한편, 고려아연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창사 이래 처음으로 사외이사인 황덕남 변호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황 의장은 법률·노동 분야 전문가로 고려아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촉진할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서정혜기자 sjh3783@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