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엄주왕 작가 45년 만의 첫 개인전, 시간을 녹여내 더 진해진 묵향이 가득

2025-02-07     권지혜 기자
“45년 동안 붓을 잡은 엄주왕 작가의 오랜 삶의 묵향이 진하게 느껴지는 전시였습니다.”

이달 5일부터 11일까지 울산문화예술회관 제 1전시장에서 열리는 ‘제1회 엄주왕 먹그림전’을 하루 앞둔 지난 4일 찾은 전시장에서 첫번째 개인전 준비를 마친 엄주왕 작가를 만날 수 있었다.

전시장에는 엄 작가가 45년 간 정진해왔던 삶의 흔적이 가득 담긴 한국화, 문인화, 서예 등 80여점의 작품이 전시돼있었다.

엄 작가에게 선이 없는 기법인 몰골법, 선이 있는 기법인 구륵법, 점을 찍어서 그리는 점묘법 등 한국화의 다양한 기법과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작품을 감상했다.

전시장에서 가장 눈에 띈 작품은 ‘소와 태극 Ⅰ·Ⅱ’ 작품이었다. 소띠인 엄 작가가 그린 부귀를 상징하는 온순한 소 2마리의 순수한 눈망울은 따뜻함을 전했다.

금강역사의 우직함과 강인함을 가진 ‘금강불괴(金剛不壞)Ⅰ’ 작품은 위에서 햇빛이 금강불괴를 비쳐 맑은 기운을 느끼게 했다.

반추상적으로 그린 ‘매화꽃과 새 Ⅰ·Ⅱ’ 작품은 같이 있는 두 마리의 새와 멀리 떨어져있는 두 마리의 새를 통해 가까이 있으나 멀리 있으나 서로를 그리워하며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밝은 봄을 상징하는 초록색은 생동감과 활기를 줘 그림을 보고있으면 안정감이 들었다.

문인화는 엄 작가에게 배운 몰골법과 구륵법을 작품에 대입시키며 감상해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정호성 시인의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등 엄 작가가 쓴 글은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했다.

특히 엄 작가가 자신을 표현한 ‘빛이 드는 창틀가에서’라는 작품은 온화한 마음으로 더 나은곳을 지향하고자 항상 수양하는 엄 작가의 살아온 인생이 가장 잘 드러났다.

이외에도 박상진호수공원, 경주 남산의 할매보살, 가지산 쌀바위, 안동 고산정, 춘하추동 자작나무, 반구천의 암각화 등 엄 작가가 방문해 관찰했던 장소의 모습이 다양한 한국화 기법으로 표현돼 전시를 보는 내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최병제(64·울산 남구)씨는 “45년이라는 긴 시간의 향기를 품은 작품에서 엄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진한 묵향처럼 느껴진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성준(64·울산 남구)씨는 “엄 작가의 작품 수준을 봐서는 개인전을 수차례 하고도 남았을 것 같은데 첫 개인전이라는 점이 놀랍다”며 “글과 그림의 균형이 완벽하게 떨어지는 수준 높은 작품에 전시를 보는 내내 놀라웠다”고 말했다.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