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수 칼럼]만일 ‘조기대선’이 치러진다면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에게 패배한 45대(2017~2021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4년 재수 끝에 다시 제47대(2025년~) 권좌로 돌아온 배경엔 ‘미국 우선주의’를 슬로건으로 자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 즉 대내외 경제정책을 최우선으로 내세운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국정 기조의 연장선에서 세계 각국은 트럼프와의 ‘캐미’(chemistry)를 맞추려 애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웃나라 일본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최근 트럼프와의 첫 정상회담에서 선제적 추파를 던지고 나선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계기로 일본 기업의 대미 투자 기운이 강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국내 정국과 경제 상황은 어떠한가? 현직 대통령의 탄핵 심리가 진행 중인 엄중한 상황이다. 대외 신인도의 추락은 물론 국정의 시계가 사실상 멈춘 상태나 다름없다. 이런 와중에도 연일 여야 진영별·극우 극좌의 물러설 수 없는 극한 대결 구도가 펼쳐진다. 탄핵 인용과 기각에 따라 조기 대선여부도 속단하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여의도 정치권의 시그널은 숨길 수 없는 권력 속성도 엿보인다. 탄핵 인용이 될 경우 60일 안 조기대선에 대비하기 위함일 것이다.
만일 향후 어느 지점에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대선주자들의 최우선 자격 기준은 과연 무엇일까. 필자가 취재 현장에서 만난 각계 유력 인사들과 정치학자, 전문가들은 공히 높은 도덕성을 기반으로 국가안보와 글로벌 외교능력 외에 크게 세 가지를 꼽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우선으로 ‘국민들이 먹고사는 경제에 대한 안목과 비전’ ‘국민통합’ ‘일관성’ 등이다.
최근 서울의 어느 예식장에서 하객으로 만난 산업수도 울산의 한 유력 기업인은 “정부와 기업은 공동운명체”라면서 “경제가 안되면 정부도 어렵게 된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글로벌 외국 기업들조차 불안정한 나라보다 ‘기업 하기 좋은 나라’에 투자하기 마련이다. 이념과 진영 대결의 중심부에서 ‘자기만의 신념’에 갇힌 주자로선 국가 경제에 동력이 될 수 없다. 노사의 상생에 균형점을 맞추는 선진화된 노동정책의 일관성도 필수다. 갈등 조정 국민통합 역시 시급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사회갈등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 변화와 시사점’에 따르면 전국 19~75세 3950명을 조사한 결과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갈등으로 92.3%가 ‘진보와 보수 갈등’을 꼽았다. ‘일관성’은 거짓말 검증과도 직접 관련 있다. 미국 의회 상원이 고위공직자 인사청문에서 일관성은 필수 검증 항목이다. 거짓말에서 나아가 국정운영에 큰 혼란을 야기하기에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한미동맹에 대한 시각과 입장이 상황에 따라 변할 경우엔 어떻게 되나. 핵을 머리에 둔 우리로선 김정은의 불타는 전의에 놀아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경제정책과 민생정책, 주택정책, 조세 정책 등에 대해서도 최소 10년 과거사의 발언을 검증해야 한다. 표퓰리즘은 아니었는지, 상황에 따라 궤변은 아니었는지 철저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 나아가 ‘어제는 좌클릭, 오늘은 우클릭’의 카멜레온과도 같은 유형도 마찬가지.
이뿐만 아니다. 탄핵 정국 중심부에서 불법계엄에 찬성한 듯한 위험한 시각과 사상을 가졌거나, 서울 광화문 광장 ‘정치 선동 목사’에 기대어 머리를 조아리는 주자에겐 절대 나라를 맡겨선 안 된다. ‘언어유희’에 능수능란한 극우주자들은 말할 것도 없다. 강력한 헌법 수호 의지와 철저한 준법정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정치 보복의 시그널을 한 번이라도 드러낸 주자는 가차 없이 걸러내야 한다. 지금 현직 대통령은 ‘영어’ 상황에서도 신분은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이 없는 대통령실 출입기자’가 바라본 대한민국은 풍전등화와도 같은 느낌이다. 2025년 출발선에서 미국과 중국 일본은 물론 EU 연합국들과의 레이스에서 꼴찌 수준은커녕 아직 신발 끈조차 매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불안정한 국내정국과 경제를 조속히 안정시키는 동시에, 치열한 외교 전쟁에서 스퍼트를 펼칠 수 있는 고품격 글로벌형 뉴-리더를 기대하는 건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김두수 서울본부장 dusoo@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