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한끼 식사의 힘

2025-02-10     경상일보

공기업 사장으로 취임한 지 100일이 지났다. 그동안 발전소 현장을 방문해 시설을 점검하고, 사업추진 지역의 주민들을 만나 소통했으며, 석탄전환협의체에 참석해 석탄발전 폐지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이 과정에서 공기업의 사명과 책임에 대해 다시금 깊이 생각하게 됐다. 단순히 조직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책임을 넘어, 매일 내리는 결정 하나하나가 직원 개개인의 삶은 물론 지역사회와 국민 전체의 삶에까지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실감했다.

우리 한국동서발전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는 안정적인 에너지공급이다. 울산을 비롯한 전국적으로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은 국가 경제에서 심장과도 같다. 에너지가 끊어지면 모든 것이 멈추고, 일상생활은 물론 산업 전반의 활동이 마비된다. 그래서 우리 한국동서발전은 철저한 설비관리와 끊임없는 기술혁신을 통해 단 한순간도 전력 공급이 중단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공기업으로서의 우리의 책임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단순히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가 만들어 내는 ‘에너지’가 울산 시민들의 하루를 밝히고, 지역 상인들의 삶을 지탱하며, 지역 경제를 지원하는 힘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 한국동서발전은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고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다.

최근 지역 상권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고금리와 고물가가 겹친 데다 지난 연말부터 올초까지 이어진 소비심리 위축으로 지역 경기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실제로 소상공인진흥공단이 발표한 지난해 12월 울산지역의 체감 경기전망(BSI)이 전월 대비 5.8p 하락한 데 이어, 1월에는 소비 성수기임에도 극심한 경기침체로 인해 15.6p가 추가 하락했다.

이러한 위기 상황 속에서 우리 한국동서발전은 지난 연말 공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기 위한 결단을 내렸다. 지역 내 영세 외식업체를 대상으로 8000여 만원 규모의 ‘착한 선결제’를 과감히 시행한 것이다. 특정 업체에 편중되지 않도록 식당을 다양하게 선정해 지원 효과가 골고루 미치도록 했다. 직원들은 계획했던 연말연시 모임을 예정대로 진행하며 선결제한 식당에서 한 해 동안 고생한 부서원들과 따뜻한 식사를 나눴다. 사장으로서 먼저 앞장서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을 돕고, 동시에 위축된 분위기의 직원들에게 활력을 불어넣고 싶었기 때문이다.

동구청장 재직 시절, ‘지역 음식점 집중 이용의 날’을 만들어 주변 음식점을 방문해 직원들과 식사하는 행사를 시행한 적이 있다. 당시 조선업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상인들을 돕기 위해 한 달에 한 번 있는 구내식당 휴무일에 인근 식당을 이용하도록 장려했다. 이후 휴무일을 월 2회로 늘려 일대의 전통시장과 음식점을 찾아 직원들과 함께 식사했다. 한국동서발전 사장이 된 지금도 이 상생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여전히 직원들과 함께하는 ‘한끼’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실천하고 있다.

이 ‘한끼’의 시간은 단순한 식사 이상이다. 대외적으로는 지역경제에 힘을 보태고, 내부적으로는 직원들과 소통하는 특별한 시간이 된다. 지역경제 살리기에 동참하면서 상생의 가치를 나누고, 자연스러운 대화 속에서 직원들의 생각을 경청할 수 있다. 이런 소통의 시간은 현장의 목소리와 아이디어를 듣고, 회사의 비전과 가치를 더욱 구체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소중한 기회이기도 하다.

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첫걸음은 작은 것들에서 시작된다. 한끼의 식사, 그 시간이 사람들 간의 연결고리를 만들고, 회사와 지역경제, 나아가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가 함께하는 시간들이 모여 결국 울산의 미래를 밝히는 작은 불빛이 되고,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해나가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울산을 더욱 따뜻한 공동체로 만들어 나가는 데 우리 한국동서발전이 힘을 보태고 싶다. 그리고 그 시작은 바로 소소한 한끼의 식사, 그 따뜻한 만남에서 출발한다고 믿는다.

권명호 한국동서발전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