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트럼프 ‘보편적 관세’, 울산 수출도 직접 사정권
미국의 세계를 겨냥한 ‘관세전쟁’이 본격화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2기를 맞아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 알루미늄 제품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모든 나라를 동시에 겨냥해 관세전쟁을 벌이겠다는 본격적인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트럼프의 철강,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계획이 전해지자, 10일 국내 금융시장은 주가가 하락하고 환율이 다시 상승하는 등 발작증세를 일으켰다. 지난주 중국과 캐나다, 멕시코에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 서명 당시보다는 충격의 강도는 약화했지만, 철강주를 포함해 주가가 약세를 보였다.
이번 조치로 한국산 철강 수출품은 현재 ‘263만t 무관세’에서 25%의 관세가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부품 등으로 많이 쓰이는 알루미늄 품목은 트럼프 행정부 1기 시절 10%의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지난해 울산의 대미 철광관 및 철광선 수출액은 2억달러 규모로 집계됐다.
이번 관세 조치는 ‘자국 산업 보호’와 ‘해외 기업 투자 유인’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트럼프의 확고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철강과 알루미늄은 자동차 부품의 핵심 소재로, 관세로 인해 부품 가격이 오르면 완성차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된다. 현대차, 현대제철 등 국내 관련 기업들의 대미 수출 경쟁력 저하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자동차를 주력으로 하는 울산의 주력산업도 ‘관세전쟁’의 직접적인 사정에 접어들어 타격이 우려된다.
이 조치로 국내 수출기업들의 관세 위험 회피용 대미 현지 투자 확대가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미 현지 자동차 생산량을 지속해 확대할 예정인데, 자동차용 강판 제품 등은 미국에 현대제철 제철소를 지어 공급받을 예정이다. 반면 미국 현지 공장을 운영하지 않는 수출 기업들의 입지는 더욱 위축될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의 관세전쟁은 비상계엄·탄핵사태로 불확실성이 커진 국내 정치상황에서 주요 기업들의 ‘탈(脫) 한국’ 러시를 키울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국내 고용 기회 감소와 산업 위축 등 장기적으로 산업의 경쟁력 약화와 경제 성장 둔화가 우려된다.
정부와 기업 등은 보편적 관세 부과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산업의 체질 개선과 경쟁력 강화, 미래 먹거리 산업을 발굴·육성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