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로 고대 정신과 현대인의 삶 연결
동장군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으나 울산의 작가들은 봄을 재촉하듯 출간 소식을 알리며 기지개를 켜고 있다. 중견작가는 물론 신진작가도 소설과 시조집 등 다양한 장르에서 신간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임성화 시조집 <반구천 암각화>
울산시조시인협회장을 역임했던 임성화 시인이 네 번째 시조집 <반구천 암각화>(목언예원·108쪽)를 펴냈다. 시조집은 울산 반구천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고 있으며 총 4부 60편의 시가 수록돼 있다.
시인은 시 ‘반구천 암각화’를 “반구천 암각화에 힘 좋은 사내 산다 / 허리에 돌칼 차고 딩각을 불어가며…대곡천 돌아든 물길 소리 없이 흐른다”라고 표현했다.
손진은 문학평론가는 해설을 통해 “임성화의 시조에서 유머는 해탈과 난장의 유쾌한 상상력으로까지 이어지며 서정에서 발원한 생명력에 유머와 농이 결합돼 새로운 차원의 표현을 이끌어낸다”고 평했다.
시인은 이 시조집을 통해 신라와 선사시대의 정신을 소환하며 현대인의 삶과 꿈을 고대의 정신과 연결짓는 탐색을 시도했다.
시인은 “현판을 내걸자니 괜스레 부끄럽다. 날아갈 듯 멋을 부려 깃을 편 용마루에 빈약한 나의 일상이 민낯으로 걸렸으니…”라고 한 뒤 “반구천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길 기원한다”고 전했다.
경북 청도에서 태어난 임성화 시인은 1999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으로 문단에 등단한 뒤 <아버지의 바다> <겨울 염전>, 동시조집 <뻥튀기 뻥야> 등을 출간했다. 성파시조문학상과 울산시조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시조동인 ‘이목’의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태화 소설 <너의 노래가 내게 닿을 때>
울산 출신의 젊은 소설가 태화(20) 작가가 신작 소설 <너의 노래가 내게 닿을 때>(미다스북스·256쪽)를 발간했다. 이 소설은 예상치 못한 이별과 그로 인한 상실의 아픔을 그리며 아프게 시린 부재를 이겨내고 한 걸음 성장하는 두 인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닿지 못할 존재를 온 맘 다해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그런 존재를 ‘팬’이라고 부른다. 책은 그처럼 영원히 반짝일 줄 알았던 존재를 사랑하고, 상실하게 된 두 인물이 성장하는 이야기다. 억압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도윤’은 절친인 ‘아람’ 덕분에 우연히 ‘로안’을 알게 된다. 도윤은 로안의 목소리와 노래에 기대어 힘을 얻지만, 갑작스러운 사고로 그를 떠나보내게 된다. 문장은 마치 웹소설을 읽듯 매끄럽게 읽히나 감정은 묵직하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잃어버린 존재를 영원히 기억하며 그리움과 상실을 극복하는 두 인물의 여정을 그린다.
김경아 시조시인 겸 수필가는 “<너의 노래가 내게 닿을 때>는 마음속 깊이 잠들어 있던 희망과 용기를 토닥토닥 깨워주는 이야기다”라며 “매서운 겨울바람처럼 꽁꽁 얼어있던 어두운 삶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는 주인공의 목소리는 독자들의 마음을 녹이며 앞으로 나아갈 힘을 선사한다”고 말했다.
◇김현주 시조집 <눈부신 침묵>
울산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현주 시인이 시조집 ‘눈부신 침묵’(좋은땅·139쪽)을 출간했다. 이 시조집은 시인이 지금까지 쌓아온 문학적 성취와 깊이를 고스란히 담아낸 것으로 4부로 나뉘어 총 88편이 실렸다. 시인은 시조를 통해 삶의 아름다움과 고독, 사랑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눈부신 침묵’은 자연과 인간, 고독과 사랑의 교차점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들로 가득하다. 시인은 일상적인 순간에서부터 인생의 본질적인 질문까지 다양한 주제를 탐구하며, 전통적인 시조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더해 새로운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특히 시조라는 형식에 현대적이고 참신한 표현을 결합해 신선함을 더하고 있다.
권현모 시조시인은 발문을 통해 “상상력과 복선의 이미지 충돌이 이루어 낸 정형미학의 완성”이라고 평했다.
김현주 시인은 2018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와 2019년 아동문예 신인문학상 등으로 등단했다. <울산문학> <시와소금> <시조와비평> 신인상, 제8회 울산시조작품상 등을 받았다. 현재 한국시조시인협회·울산문인협회·울산시조시인협회·한국동시문학회·울산아동문학회 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