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입학을 앞두고서

2025-02-12     경상일보

3월이면 8살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드디어 유치부라는 명칭을 떼고, 학교에 입학하는 의젓한 어린이지만, 고작 8살이다. 글을 스스로 읽고 자기 물건에 이름표를 붙여서 책가방을 스스로 챙길 줄 아는 아이도 있겠지만, 대부분 그렇지 못하다.

화장실에 가서 대소변을 해결할 수는 있겠지만, 화장실이 어디인지 학교 복도에서 찾아 들어가는 것부터 어려운 일일 수 있다. 낯선 담임선생님에게 화장실이 어디인지, 물을 마시는 식수대는 어디인지 하나하나 궁금한 점을 묻고 해결하는 아이들도 있는 반면, 선생님이 알려주기 전까지 모든 문제를 마음에 꾹 안고 있는 아이들도 많다.

물론, 담임선생님이 입학과 동시에 학교 적응을 위한 내용들을 가르쳐줄테지만, 가정에서도 미리 챙겨주면 적응에 도움되는 것들이 있다.

우선, 학교생활 측면에서 보면, 교실 및 화장실 위치를 입학식때 함께 살펴보며 정확히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실제로 3월 첫 주엔 자기 교실을 찾지 못해 복도에서 눈물을 머금으며 서성이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계단을 몇 번 올라와야 하는지, 계단을 올라와서 오른쪽으로 가야 하는지, 왼쪽으로 가야 하는지 지속해서 알려주는 게 도움이 된다.

그리고 등교 시각에 맞춰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연습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간을 준수하는 것은 단체생활의 기본 태도다. 3월에 지각하는 아이들은 학기 말이 되어도 지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녀가 학교 적응을 잘하길 바란다면, 등교 시각을 넘겨 고요해진 교실 문을 열려면 아이에게 얼마나 많은 용기가 필요할지 생각해 보길 바란다.

학기 초엔 학교에서 배부되는 안내장이 많다. 자녀의 기초정보 제출 안내장부터 방과후교실 신청서, 학급 준비물 안내장 등 다양한 안내장이 배부된다. 아이들이 안내장을 가방에 넣어가게 하는 것까진 담임교사의 몫이라면, 매일 빠뜨리지 않고 아이의 가방에서 유인물을 확인하고 제출하는 건 부모의 몫이다. 혹여나 아이가 챙겨오지 않았다면, 학교 홈페이지나 하이클래스에 업데이트된 안내장을 출력해 제출하는 적극성을 보여준다면 완벽하다. 하루이틀 늦게 내도 큰일은 나지 않지만, 교실에서 혼자 제출하지 못해 무안하게 있을 아이의 마음을 생각해 보자.

한글을 깨치고 입학하는 것이 맞는지 아닌지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1학년 담임을 다수 해본 경험에서 말하자면, 아이에게 부담을 주면서까지 미리 한글을 다 깨칠 필요는 없다. 한글을 깨치고 입학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1학년 교육과정은 한글을 읽고 쓸 줄 모른다는 가정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모른다고 해도 수업에 참여할 수 있고 배울 수 있다. 오히려 독서하는 교관이나 사고하는 습관 없이 한글만 깨치고 입학했을 때 수업이 더 어렵게 느껴진다.

학교라는 낯선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크고 작은 활동에서 자기가 얼마나 활동을 잘 완수했느냐는 아이의 효능감이 되고 학교적응에 큰 영향을 미친다. 친구, 선생님, 장소, 생활 규칙 등 모든 것이 바뀌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자녀가 있다면, 조금 더 세심하게 아이를 살피고 입학 준비를 하는 것이 어떨까.

김보아 화진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