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소영의 날씨이야기]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MBC 기상캐스터 오요안나씨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건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유서에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호소가 담겨 있었으며, 이를 계기로 고용노동부는 해당 방송국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고, 방송통신위원회는 관련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필자는 지난 10여 년간 지역 및 중앙 방송사에서 다수의 기상캐스터를 양성해왔다. 기상캐스터는 기상 전문 자료 수집과 해석, 시청자 눈높이에 맞는 시각화 작업, 기사 작성 능력, 그리고 전달력 높은 진행 능력을 모두 갖춘 멀티방송인이다. 그러나 채용 시 외모 중심의 기준과 부족한 교육 체계로 인해, 기상캐스터들이 스스로 학습해야 하는 현실은 여전히 문제로 남아있다. 또한,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기상캐스터들은 예능, 모델, 쇼핑 프로그램 진행 등 다양한 분야에 참여하며 생존 경쟁을 하고 있어, 기상 정보 전달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기상재해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정확한 기상 정보 전달은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기상캐스터의 전문성과 사회적 책임감에 대한 인식을 높여야 한다. 외모보다 기상에 대한 전문성을 더욱 엄격하게 평가하는 채용 시스템과, 기상캐스터의 전문성 향상과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
또한 기상캐스터가 젊은 여성의 직업이라는 인식을 깨고 안정된 고용 환경과 자기계발을 통해 기상 전문 방송인으로 성장한 인재들이 많아져야 한다. 이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여, 국민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기상 정보를 전달하는 커뮤니케이터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최근 입춘 이후에도 강력한 한파와 폭설이 이어지고 있으며, 4월부터는 이른 더위가 예상된 가운데,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상 예보의 정확도를 높이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신뢰성 있는 기상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
이번 사건은 젠더의 문제도, 고용의 문제도 아니다. 치열한 방송 환경에서도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춘 기상전문 방송인의 성장을 기대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방송사와 교육 기관, 그리고 사회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 기상캐스터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그들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국민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기상 정보를 제공하고, 기후변화로 인한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오요안나씨의 안타까운 사망 사건을 계기로, 직장 내 괴롭힘 비극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제도의 개선과 함께 기상캐스터들의 근무 환경과 처우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기상캐스터들이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고, 국민들에게 정확하고 신뢰성 있는 기상 정보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맹소영 기상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