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인생학교가 왜 필요한가?
우리나라는 지난해 12월23일 기준으로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서면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였다. 준비없이 닥친 은퇴를 맞아서 향후 20-30년이란 긴 세월을 각자 도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교육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체계적으로 교육할 인생학교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알랭 드 보통은 2008년 영국 런던에서 ‘인생학교’를 시작하였다. 기존 학교에서 소외된 이슈 즉 죽음, 결혼, 구직, 야망, 자녀교육 등 삶의 질과 밀접한 내용을 다룬 과목들로 구성하였다. 지금은 프랑스 파리 등에도 있고 아시아 최초로 2015년 개교한 서울 분교는 10번째다. 실버세대가 아닌 젊은 층들이 주된 학습자이다.
울산시는 민선 8기 시장의 공약인 ‘울산 시니어초등학교’를 2023년 3월에 56세 이상 74세 이하의 울산시민 140명을 입학시켜 개교하였다. 2025년 3기는 180명으로 정원을 확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첫날인 1월14일에 접수시작 시간인 9시30분이 되기 몇 시간전부터 지원자들이 몰려 들었다고 한다. 한 지인에 의하면 7시에 갔는데도 약 100명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고 5개 분반 중에 인기있는 2개반은 벌써 마감되었다고 하였다.
연세대의 김상근 교수는 인문학이 추구하는 기본가치로는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떻게 죽어야 할까?’의 3가지라고 하였다. 젊은 시절에는 사회적 성공을 위해 매진하여 왔지만 은퇴 후에는 삶의 목표를 재정립하여야 한다. 은퇴 후 2 년반 동안 다양한 모임에 참여하다가 필자가 느낀 것은 은퇴자들을 위한 인생학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학교를 찾을 수가 없어서 필자 자신과 지인들을 위해 ‘울산인생아카데미(울인아)’를 개설하려 한다. ‘참 나’를 찾아 가는 즉 ‘후회 없고, 가슴 뛰며, 의미 있는 삶’을 사는 것을 학습 목표로 하여 커리큘럼을 6개 분야(건강, 재정, 관계, 인생, 자연/역사/문화, 취미/여가활동)로 구성하고 이에 따라 개별 분야를 체계적으로 학습할 것이다.
울인아를 민간차원에서 개설하되 플립드러닝(Flipped Learning) 이란 혁신적 학습방식을 시도하려 한다(참고: 필자는 이 개념을 한국에 최초로 도입하였음). 강사진으로는 김형석 교수, 최재천 교수 등 국내의 최고 강사들과 하버드대의 마이클 샌델 교수, 펜실베니아대의 마틴 샐리그만 교수 등 세계적 명성의 강사들을 활용할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별세하신 황수관 박사도 강사진에 포함시킨다.
기존의 강의식 학습방식에서는 이런 석학들에 대한 비싼 강사료 뿐만 아니라 초빙하는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지만 플립드러닝에는 전혀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도 가능하다.
예를 들면 샐리그만 교수의 긍정심리학에 관한 유튜브 비디오 몇 개를 필수 학습 자료로 선정하여 오프라인 모임 한달 전에 학습사이트에 올린다. 한달간 학습자들이 온라인으로 편리한 시간에 개별적으로 자기주도적 학습을 하고 여력이 되면 이 주제에 대한 검색을 통해 추가적 학습을 한다. 그리고 매달의 오프라인 모임에서 필자가 강사가 아닌 코치가 되어 주제에 대한 논의를 이끌어 가는 방식이다.
강의실은 식당의 단체실을 빌려 식사비만 지출하고 사용한다. 이렇게 하여 강사 섭외, 교실 확보, 학교 운영비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일방적 주입식 강의방식을 탈피하여 질의 응답식의 쌍방향 토론식 학습이 가능하게 된다.
임진혁 UNIST 명예교수 전 울산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