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점 돈 S-OIL 샤힌 프로젝트, ‘압도적 경쟁력’ 울산 석유화학 판도 바꾼다
울산의 주력산업인 석유화학업계의 지형도가 S-OIL의 ‘샤힌 프로젝트’를 계기로 큰 전환점을 맞을 전망이다.
9조원이 넘는 천문학적 투자로 진행되는 이 프로젝트는 원유에서 에틸렌과 같은 기초유분을 생산하기 때문에 국내 석유화학 기업과 비교해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갖출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기존 석화 기업들은 원유를 들여와 나프타를 생산하고 다시 나프타를 분해해 에틸렌 등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복잡한 공정을 거친다. 이에 반해 S-OIL은 이 과정을 모두 건너뛰고 원유에서 에틸렌과 같은 기초유분을 바로 뽑아낼 수 있어 원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샤힌 프로젝트로 S-OIL이 기초유분을 만드는 ‘업스트림’을 뛰어넘어 기초유분을 가공해 중간 원료나 합성수지 등을 만드는 ‘다운스트림’으로 영역 확장이 이뤄질 것으로 보여, 울산지역 석유화학 분야의 판도변화가 예상된다.
실제 샤힌 프로젝트에 대비해 해외 공급망 확대 등 대책을 서두르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는 모습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S-OIL 샤힌 프로젝트는 반환점을 돌아 올해 말 시운전, 내년 하반기 상업 가동을 목표로 순항 중이다.
샤힌 프로젝트가 상업 가동하게 되면, 핵심 설비인 ‘TC2C’ 가동도 본격화된다. TC2C는 원유를 직접 석유화학 원료로 전환하는 공정이다.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 신기술로 S-OIL의 모회사인 사우디 아람코의 원천 기술로 개발됐다.
원유 등의 원료를 전통적인 방식이 아닌 신규 분리·촉매 기술을 적용해 정제하고, 석유화학 원료용 유분의 수율이 기존 설비에 비해 3~4배 뛰어나다.
이를 통해 S-OIL은 나프타 등 석유화학 원재료 생산을 극대화하고, 원유에서 기초 유분까지 원스톱 생산 체제를 갖추게 된다.
이에 S-OIL로부터 나프타를 공급받아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지역 유화업계에는 적지 않은 영향이 있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S-OIL의 대표적인 고객사인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 A기업은 직배관으로 나프타를 공급받아 각종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 업체는 내년 샤힌 프로젝트가 가동되면 S-OIL로부터 공급받는 나프타 물량이 줄어들 것이 확실시되는 만큼 중동 등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해외 수입물량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지난해 상반기부터 울산 기존 사업장 내에 대용량 탱크 3기를 추가로 건설하는 등 준비 태세를 나서고 있다.
또 국내 제품 대비 품질이 떨어지는 해외 물량으로 고부가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울산사업장 내 기업연구소를 기반으로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기술개발에도 매진하고 있다.
다만 이 업체는 중동 등에서 수입 물량을 도입할 경우 계약부터 입항까지 절차와 시간이 상당 기간 소요돼 가격 경쟁력 등에서 위험부담도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울산을 비롯해 충남 여천의 B업체 등 S-OIL로부터 나프타를 공급받는 국내 석유화학업계도 영향을 피하지는 못할 것으로 판단된다.
반면 기초 유분을 원재료로 사용하는 지역 중소 석유화학업체는 샤힌 프로젝트로 고품질의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S-OIL은 샤힌 프로젝트 본격적인 상업 가동에 앞서 현재 다수의 지역 기업과 안정적인 원료공급을 위한 장기협약을 체결했고, 추가로 논의도 진행 중이다. S-OIL은 이들 중소 업체에 차량운송 대신 직배관으로 공급망을 구축해 운송비 등 비용 절감도 꾀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샤힌 프로젝트와 함께 신규 배관망 등 물류 관련 인프라 구축 공사도 현재 진행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샤힌 프로젝트를 통해 유도품(파생제품)을 생산하는 국내 석유화학 다운스트림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며 “이를 기반으로 석유화학 기업들의 신·증설과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서정혜기자 sjh3783@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