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소비 빙하기 울산…소득 순유출·서비스산업서 해법 찾자
산업도시 울산의 소비 경기가 빙하기를 맞이했다. 지난해 17개 시도 중 소매판매가 가장 부진한 도시로 기록됐다. 고금리와 고물가, 산업경기 부진, 그리고 비상계엄·탄핵사태 등으로 인해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된 결과로 분석된다.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에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고 있다. 이에 따라 임대료,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한 자영업자의 휴폐업도 잇따르고 있다.
동남지방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연간 경제동향’에 따르면, 울산의 소매판매는 전년 대비 6.6% 하락했다. 17개 시도 중 가장 큰 하락률이다. 백화점, 대형마트, 슈퍼마켓, 승용차·연료소매점 등 전 부문에서 소비 부진이 두드러졌다.
소비 부진에는 고물가가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울산의 소비자물가는 농·축·수산물, 외식 물가 등 모든 분야에서 오르면서 1년 전보다 2.3% 상승했다. 특히 배, 사과, 귤, 배추 등 신선식품 물가는 10.4%나 급등했다. 시내버스료 등 생활물가도 2.6% 올랐다. 고물가에 소비자들이 씀씀이를 대폭 줄인 것이다.
소비 부진은 비단 울산만의 현상은 아니다. 지난해 17개 시도 전역에서 소비가 뒷걸음질 쳤다. 2010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전국에 소비 빙하기가 도래했다고 볼 수 있다.
울산은 높은 소득 수준에 비해 소비성향이 낮고, 소비도 다른 지역에서 하는 경향이 강한 대표적인 소득 역외유출 도시다. 2022년 울산의 지역내총생산(GRDP) 중 가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27.6%)은 17개 시도 중 가장 낮았다. 또 울산의 소비 소비 유출률(울산 거주자가 다른 지역에서 결제한 금액 비율)은 27.5%로, 전국에서 4번째로 높았다. 한국은행 울산본부 기획조사팀이 지난해 말 발표한 ‘울산지역 가계소비의 특징 및 시사점’ 연구 조사의 결과다.
이런 점을 종합해 보면 울산은 고물가와 고금리, 그리고 비상계엄과 탄핵사태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된 데다 극심한 소비 유출까지 진행돼 지역 경기의 하방압력이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소비 감소는 곧 기업 매출 감소로 이어져 고용이 줄어드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 역외로 유출되는 지역 소득이 지역에서 소비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전국에서 가장 빈약한 문화·관광·쇼핑·의료 등 서비스산업을 조속히 육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