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울산의 전환: ‘만원의 행복’ 꿀잼도시 공간 레시피

2025-02-20     경상일보

2025년, 이제 울산은 ‘산업 수도’라는 전통적 이미지를 넘어, 누구나 일상 속에서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는 ‘꿀잼 도시’로 거듭나려 한다. 그렇다면 ‘도시가 얼마나 재미있느냐’는 무엇으로 결정될까?

미국의 도시계획가 케빈 린치는 도시를 구성하는 다섯 가지 요소로 길, 경계, 지구, 결절점, 랜드마크를 제시했다. 린치가 강조하는 이 요소들은 화려한 형태나 첨단 기술보다, 시민들의 경험과 인지가 도시의 질서를 결정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도시의 현실을 살펴보면, 이러한 요소 간의 유기적 관계보다는 화려한 외형이나 획일적 기능과 편의성에 치중된 사례가 많다.

저명한 도시 공간 연구자이자 덴마크 건축가인 얀 겔은 “좋은 도시는 마치 좋은 파티 같아서, 사람들이 꼭 필요한 시간 이상으로 머무르고 싶어 한다”고 이야기한다. 현대의 도시는 첨단 기술과 재료가 넘쳐나고, 독특한 랜드마크들이 곳곳에서 등장하지만, 정작 차나 대중교통 없이는 접근하기 어렵고, 무언가를 사지 않으면 앉을 자리가 없는 공간들도 흔하다. 소위 단돈 만 원 한 장으로도 즐길 수 있고, 편안히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우리 도시 속에서 찾기란 쉽지 않다.

영국 유학 시절 기억에 남는 강연 중, 세계적인 건축가 리처드 로저스는 “건축은 건축가들만의 영역으로 남겨두기엔 너무나도 중요한 분야”라고 강조했다. 이는 도시와 건축이 전문가만이 아니라 시민·행정·지역 커뮤니티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만 실현될 수 있음을 뜻한다. 이러한 협력과 융합이 부족하다면, 아무리 멋진 건물과 아름다운 공간이 가득해도 오래 머무르고 싶은 재미있는 도시가 되긴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꿀잼 도시 울산’을 만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먼저, 도시 속에서 풍부한 경험을 누릴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을 기획하고 구성해야 한다. 케빈 린치가 말한 도시 요소들을 기계적으로 배치하는 데 그치지 말고, 얀 겔이 제안한 ‘머무름의 철학’을 도입해 지역 시민과 지역 문화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도시 공간을 설계해야 한다. 그러나 이론을 넘어 꿈잼을 위해서 정말 필요한 고민은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

2000년도 초반에 반영되었던 ‘만원의 행복‘이란 인기 예능 프로그램이 있었다. 단돈 만 원으로 하루를 얼마나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 것이었다. 제한된 예산 안에서 다양한 활동을 계획하며, 여가 활동의 다양성과 가치를 탐색했다. ‘만원의 행복’은 단순히 예산 내에서의 활동을 넘어서, 일상 속에서 행복을 찾는 법과 가치 있는 생활을 하는 방법에 대해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경제적인 소비와 함께 행복을 찾는 삶의 방식을 고민하게 만들어 주었다.

‘꿀잼을 위한 만원의 행복 공간 만들기’. 즉, 누구나 부담 없이 도시 속 다양한 형태의 건축과 환경 속의 공간을 기획하고 실험하면서 지역의 경제, 문화, 산업을 쉽게 이해하고 부담 없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이러한 공간들이 도심의 주요 생활권과도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시민들은 부담 없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또 부담 없는 소비는 자연스러운 생산을 만들며 도시의 활력이 자연스레 높아진다.

그럼 이러한 공간은 누가 먼저 만들어야 하는가? 중요한 사실은 ‘기획자나 전문가가 구상하는 공간’과 ‘시민이나 사용자가 실제로 원하는 공간’은 분명 차이가 있다. 또한 다른 도시의 공간들이 우수 사례로 손꼽힌다고 해서, 무작정 이를 본떠서 각 도시에도 같은 공간을 짓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도시의 주인인 시민과 사용자가 필요로 하고, 고민하는 공간은 무엇인지를 살피려면 꼼꼼한 리서치와 직접적인 참여, 꾸준한 관심과 지속적인 연구가 필수적이다. 이 역할은 지역에서 젊은 세대가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거점 대학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젊은 세대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즐겁게 도전할 수 있는 교육과 기회 그리고 공간이 지원될 때 지역의 인재, 산업과 문화가 동시에 발전하며 즐겁게 정주할 수 있는 인구가 자연스럽게 늘어나며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꿀잼 도시‘ 울산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김범관 울산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