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세상에 공짜가 어딨어?” 울산 지역 서점에는 있습니다

2025-02-20     경상일보

작년 우리나라 소설가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받으면서 전 세계 시선이 우리 인문학에 대해 쏠리고 국내에서는 독서 열풍이 불었다. 한강 작가의 작품들이 불티나게 팔려나갔고, 출판사와 인쇄업체는 모처럼의 호황에 며칠 밤을 새워 책을 인쇄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비록 일시적 붐에 그칠지언정 우리 출판업계의 현실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우리는 인터넷 서점에서 어렵지 않게 책을 구할 수 있는 편리한 시대에 살고 있다. 이불 속에서도 스마트폰 조작 몇 번으로 책을 구매하고 집 앞까지 하루, 이틀이면 배송이 된다. 오프라인 구매를 하게 된다면 보통 대형 서점에 방문한다. 근방에는 영화관, 식당, 커피숍 등 문화시설이 즐비해 있다.

통상 대형 서점은 문화 인프라가 갖춰진 번화가에 자리 잡고 있기에 꼭 책을 구매하기 위해 대형 서점을 방문한다기보다는 가족, 친구 등과 영화 관람을 하기 전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여 서점을 방문하고, 대형 서점과 인접한 커피숍에 방문하여 커피를 마시던 중 대형 서점의 베스트셀러가 눈에 띄어 책 한 권 사게 되는 식이다. 이 때문에 어린 시절 동네 골목 곳곳에 있던 조그만 서점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 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울산시에서는 지역 서점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들을 하고 있다.

울산시는 지난 2022년 지역 서점의 영업 활동을 촉진하고 지역문화 공간으로서의 성장을 도모하고자 ‘지역서점 활성화에 관한 조례’를 제정·시행중이다. 이에 따라 울산 내 69개소 소상공인 서점을 지역 서점으로 인증하고, 공공도서관에서 도서 구입 시 인증 받은 지역 서점에서 구매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리고, 2020년부터 ‘책값 돌려주기’ 사업을 시행 중인데, 인증된 지역 서점에서 울산페이로 구매한 도서를 4주 내에 읽고 울산도서관을 비롯한 공공도서관에 반납하면 도서 금액을 울산페이로 환급해 주는 사업이다.

작년 2400여명이 참여해 도서 3916권을 기증하는 실적을 거두어, 시민들의 독서를 장려하는 동시에 지역 서점의 매출 증대에도 기여했다.

그럼에도 혹자는 소멸 위기에 있는 지역 서점의 생존 필요성에 의문을 품거나, 지역 서점에 대한 공공 지원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지역 서점이 지역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분명 존재한다.

온라인 서점이나 대형 서점은 주로 대중적인 책과 베스트셀러를 중심으로 책을 판매하는 반면, 지역 서점은 지역 작가의 작품이나 지역 고유의 역사, 전통, 문화 등과 관련된 도서들을 구비하고 있다. 이런 책들은 우리 울산의 지역성을 반영한 콘텐츠를 제공하여 시민의 지역 정체성과 자부심을 고취하는데 기여한다. 또한, 접근성이 뛰어난 지역 서점 특성상, 동네 주민들 간 인간적 교류를 활성화하고 강한 유대감을 형성하게 해서, 지역공동체 의식을 강화하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우리가 지역 서점에 관심을 기울이고 찾아주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과 우리 지역 사회를 더 풍요롭게 만드는 일이다. 이에 현재 시행 중인 사업을 더 많은 울산 시민이 알고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

나아가, 지역 서점에 더욱 활기를 불어넣을 정책 발굴이 필요하다. 지역서점이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인터넷 서점, 대형 서점에서 찾아보기 힘든 특별한 매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한 정책 중 하나는 지역 서점이 복합문화공간으로 변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작가를 초청해 북콘서트를 개최하거나 다양한 주제의 강연, 워크숍 등을 실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지역 서점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고 다양한 먹거리, 볼거리들도 자연스레 생겨나며 영세한 지역 서점도 살리고, 궁극적으로는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공진혁 울산시의회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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