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편향적 시각의 위험성

2025-02-21     경상일보

이전에 읽었던 <논어>를 새로 읽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한글 번역이 있는 해설서를 읽었지만, 이번에는 원문만 읽고 직접 해석을 해보기로 했다. 전공자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생각하며 해석하고 이전의 해설서와 비교해 보니 고전을 읽는 재미가 더 있었다. 그러다 서너 종류의 해설서를 읽게 되었고, 각 해설서 저자의 생각을 알게 되었다. 다수의 의견이 일치하는 경우도 있었고, 소수의 의견이지만 새겨볼 만한 내용도 종종 있었다. 소수의 의견이라고 무시하기보다는 오히려 소수의 의견이 더 합당하게 보이는 부분도 있었고 내 생각과 비슷한 경우도 있었다.

<논어>의 첫 장인 ‘학이(學而)’편에 ‘현현역색(賢賢易色)’이라는 문구가 나온다. 주자 성리학을 신봉한 전통적인 해석에는 ‘훌륭한 사람을(賢) 훌륭하게 여겨(賢) 미색(色)을 좋아하는 마음을 바꾼다(易)’로 풀이한다. 색(色)을 여색, 여자, 남녀의 색으로 풀이하였다. 하지만 또 다른 해석에는 색(色)을 얼굴빛, 태도, 형색(形色)으로 보기도 한다. ‘현인을 본받아서 태도를 바꾼다’로 해석한다. 여러 해석을 접하고 스스로 그 문구를 살펴보면 필자는 오히려 뒤의 풀이가 더 공감이 간다.

옛 고전을 읽다 보면 난해한 문구와 맞닿을 때가 있다. 이럴 때는 주석을 참조하여 그 뜻풀이를 직접 해 나가거나, 미리 나온 해설서를 그냥 받아들여 읽기도 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그 해설서를 쓴 저자의 생각에 동화하기도 하고 무비판적으로 자기 생각과 동일시하게 되기도 하였다.

특히, 고전의 내용이나 배경에 관한 지식이 없이 단순하게 내용만 받아들이면, 자신의 기초가 충분하지 않으면, 그래서 그 내용에 관한 자신만의 생각이나 관찰이 없으면, 다른 사람의 해설을 무작정 받아들여 정론으로 여기게 된다. 해설서가 한 가지만 있는 경우도 드물다. 동양 최고의 고전으로 여기는 <논어>만 하더라도 주석서나 해설서는 아마도 수천수만 가지가 될 것이다. 한 가지의 해설서만 읽고 그 원문의 내용과 뜻을 다 알았다고 자처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하고 위험성이 많음을 깨닫게 된다.

여러 다양한 해설서들을 참조하고, 거기에다 자신만의 관찰이나 생각을 더하고, 충분하게 읽고 생각하고, 다시 읽고 하다 보면 원래의 뜻에 더 가깝게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고전 읽기 방법을 통해 얻은 것이 있다면, 편향적 시각에 빠지는 오류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편향된 시각에만 빠지면 개인의 사고방식과 사회적 관계, 의사 결정 능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자신의 신념을 지지하는 정보만 받아들이고 다른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 편협하고 편향된 정보만 접하면 다양한 관점을 볼 기회가 줄어들고, 자신의 믿음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확신하는 오류를 범하게 될 것이다. 또한 사실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능력이 약해질 수 있으며, 논리적인 사고보다 감정적인 사고가 앞설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요즘은 개인이 뉴스를 취득하는 통로가 일반 공중파 방송보다 모바일 폰으로 전송되는 각종 사설 방송을 통한 경우가 더 흔하다. 특히 편향적 알고리즘으로 설정된 방송만을 접하여 각종 뉴스를 얻게 되면 개인이나 집단에 불공정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발생시킨다. 편향된 시각을 가진 집단끼리 극단적으로 대립할 가능성이 커지게 될 것이다.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우리와 남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이 강화될 수 있다. 이는 심지어 가족, 친구, 직장 등 가까운 관계에서도 갈등을 유발할 것이다. 이런 편향된 시각은 특정 세력이나 선전 선동에 쉽게 휘둘리게 한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가짜 뉴스나 왜곡된 정보를 사실로 믿고 행동하여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다른 관점의 뉴스나 서적, 전문가의 의견 등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하며, 비판적 사고 훈련을 통해 정보를 접할 때마다 사실 확인과 논리적 검토를 습관화하며, 자신의 의견과 다른 견해도 경청하고 토론을 통해 배우려는 열린 태도를 유지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리라 본다.

손재희 CK치과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