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애란의 도서관 산책(2)]전 층이 하나로 연결된 개방형 울산종갓집도서관
울산 최초의 전 층 개방형 도서관, 울산 최초의 복합문화시설이란 수식어를 달고 있는 울산종갓집도서관을 찾았다. 울산시 중구 종가 3길에 있는 이곳은 중구를 대표하는 도서관이다. 중구의 기존 중부도서관을 유곡동으로 이전해 건립하면서 울산종갓집도서관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운영체제를 울산교육청 위탁에서 구청 직영으로 전환해 지난해 10월24일 개관했다.
도서관은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연면적 7천12㎡)에 9만 권의 책을 보유하고 있다. 주요 시설로는 다양한 자료 열람 공간과 생활문화서비스를 위한 창의공간, 악기연습실, 음악감상실, 북카페 공간을 갖췄다. 이런 자원을 토대로 도서관과 생활문화센터 두 기관의 기능을 하나로 운영하는 복합문화시설로서 거주지와 관계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전 국민의 절반이 공공도서관을 방문하는 덴마크는 양적 통계보다 질적 측면에 관심이 높다. 로스킬데중앙도서관은 도서관이 시민에게 끼치는 영향을 안식처, 관점, 창의성, 공동체로 분석한 결과,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안락감과 몰입, 정서를 경험하는 안식처였다. 뒤이어 학습과 지식 습득, 비판적 사고를 자극해 삶에 대한 관점(판단)을 제공한다고 했다. 그리고 상상력과 신기술 습득 동기를 부여해 창의력을 향상하며 마지막으로 공공재인 도서관의 자료 및 신문이나 시설 이용, 행사 참여가 공동체 형성을 돕는다고 답변했다. 이런 요인을 고려해 덴마크를 비롯한 북유럽 국가는 4-공간 모델인 영감공간, 만남공간, 학습공간, 수행공간을 공공도서관에 조성하고 있다.
그렇다면 종갓집도서관은 어떨까. 내부 중앙을 개방된 공간인 아트리움으로 설계해 시각적으로 넓고 통풍이 잘되는 환경이다. 자료실마다 높은 서가와 빽빽이 꽂힌 책으로 시야를 가렸던 전통적인 도서관의 모습이 아니다.
지상 1층 중앙의 열린마루는 로비에 해당하는 곳으로 낮은 이동용 서가와 소량의 좌석을 배치해 문화 행사가 가능한 다목적공간으로 변용할 수 있다.
주로 신문이나 잡지, 울산 시민이 뽑은 ‘올해의 책’, 롯데장학재단에서 기증한 책을 배가해 특정 주제나 목적의 도서를 큐레이션 한 영감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진입로에서 바로 접하는 지하 1층 계단식 재미마루와 1층 주민 소통을 위한 마주침공간은 사람을 기다리는 동안 책을 읽을 수 있어 만남의 장소로 제격이다. 교류를 촉진하는 공간인 만큼, 일정 정도의 소음이 수반된다. 텀블러나 밀폐된 용기에 담아 온 음료를 마실 수 있고 유료 북카페를 이용해 수다를 떨 수도 있다. 전 층이 개방되어 방문객이 많은 날은 소음 피로를 느낄 수 있으나 소음중화장치가 바람 소리 같은 인공 음향을 발생시켜 소음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있다.
전 층을 여행지처럼 찾아다니며 책으로부터 지식을 얻는 재미가 쏠쏠하다. 1층 어린이자료실에서는 항상 부모와 자녀가 북적인다. 2층 계단을 활용한 스텝자료실과 인접해 시각 장애인을 위한 자료와 공간도 있다. 3층 자료실은 비교적 조용히 학습하기에 좋고 3층 야외 옥상정원에서 간식을 먹으며 휴식할 수 있고 중구의 낮과 밤 풍광도 볼만하다. 종갓집도서관은 누구나 접근해 편히 쉬고 만나 소통할 수 있는 일상의 안식처이자 학습공간임이 틀림없다.
종갓집도서관은 책을 매개로 한 도서관의 기본적 기능 외에 주민 생활에 필요한 문화 및 교육 강좌, 여가 활동을 지원하는 생활문화센터의 기능을 통합해 운영한다. 창의공간에서는 레고 조립, 마루공간에서는 동적 활동을 위한 요가, 악기연습실에서는 피아노나 전자드럼 협업, 음악감상실에서는 LP판을 대여해 감상할 수 있다. 이러한 공간은 주민의 창작과 호기심을 자극하고, 같은 취미를 가진 이용자와 함께 창의 활동을 수행하면서 주민과 교류하는 장소로도 활용된다.
종갓집도서관처럼 건물 도처에 책을 배열한 일본 도치기현 마오카시의 모나카는 도서관, 육아지원센터, 지역교류센터의 기능을 함께 하는 복합문화시설로써 집, 직장 외의 ‘제3의 장소’인 지역 공동체 교류의 중심지로 만들어 주민의 고립을 방지하고 커뮤니티를 강화한다는 점에서도 지향점이 닮았다.
앞으로 종갓집도서관은 건축물의 개방성에 그치지 말고,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통합할 수 있는 비상업적 시설의 이점을 살려 365일 편리한 시간에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개방형 도서관(Open Library)을 지향해야 한다.
최근, 독일 뒤스부르크 시립도서관 분관이나 영국 남더블린 도서관의 분관인 루칸도서관은 주 7일, 거의 24시간 내내 개방하고 있다. 도서관 카드만 있으면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직원의 상주 여부와 관계없이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도서의 대출과 반납, 학습, 컴퓨터 이용, 인쇄서비스가 가능하다.
국내외적으로 한때 인력 문제 등으로 연간 개방 일수와 시간이 단축되었으나 도서관의 첨단 기술 활용으로 외국에서는 재차 개방형 도서관으로 전환하는 추세이다.
또한, 종갓집도서관은 복합문화기관으로서 도서관의 기본적 기능인 지식 및 정보 제공 외에도 제4차 산업사회에 부합하는 디지털 기계를 포함한 각종 문해교육이나 창작 공간을 활용한 생산적 활동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 특히, 지역사회나 이용자가 요구하는 세대별프로그램은 그들의 자발적 참여를 끌어내고 지속적 도서관 활용으로 이어질 수 있어 일상에서 다양한 세대가 내 집 거실을 이용하듯이 종갓집도서관은 그런 ‘도시의 거실’로 만들 수 있다.
이애란 칼럼니스트 문헌정보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