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해오름동맹’과 ‘경주 APEC 정상회의’
지난 1월23일 울산·경주·포항을 아우르는 ‘해오름동맹 광역추진단’이 출범의 돛을 올렸다. ‘새로운 천년, 찬란한 동행’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APEC 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적극 지원하고, 이 지역 산업생태계 강화를 위해 힘쓰는 한편 향후 각 도시의 분야별 공동 협력사업을 발굴, 지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1970~90년대 괄목(刮目)할 산업 근대화를 주도했던, 중화학 산업단지가 있는 울산, 세계 굴지의 제철소가 있는 포항, 풍요한 역사와 문화의 총본산인 경주가 ‘해오름동맹’으로 맺어져 경제와 문화예술의 국제적 요충지로 발돋움할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알다시피 올해 10월 말부터 11월 초에 ‘2025 APEC 정상회의’가 1500년 전 세계 4대 도시였던 서라벌에서 열린다. 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는 1989년에 설립되어 현재 한국, 미국, 칠레, 중국, 베트남 등 환태평양 지역 21개 국가로 조직된 경제·외교 블록이다.
정상회의 기간에는 회원국 정상 및 6000여 명의 관료, CEO, 언론인을 비롯한 수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리라 예상된다. 이에 발맞춰 우리나라 동남권역의 상생 협력을 위한 ‘해오름동맹’ 역할이 기대된다. 특히 울산은 경제발전상과 문화예술을 소개 홍보하고, 관광산업과 연계할 방안을 심도 있게 연구·추진할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해오름 동맹’ 3개 도시는 산업과 자연, 문화·예술이 어우러져 역내 글로컬 시대를 선도하는 고장이다. 이곳은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울산의 간절곶, 싱싱한 고래가 뛰노는 장생포, 태화강 국가정원, 반구대 선사 유적과 영남알프스를 품고 있다. 또한 ‘천 년의 미소’를 머금은 신라의 찬란한 역사와 예술, 삼국통일의 원동력인 화랑도와 문무대왕 수중릉 위로 솟아오르는 태양, 포항 호미곶의 해맞이 광장과 ‘상생의 손’으로 이어지는 엄청난 인문·자연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일찍이 인도의 시성(詩聖) 타고르는 한국을 ‘동방의 등불’에 비유한 바 있다. 일제강점기 정치적 탄압과 문화적 말살의 시대에도 우리 민족이 영원히 꺼지지 않는 ‘빛’으로, 문화의 ‘등대’로서 위상을 회복할 저력이 있음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이 등불은 작금 해돋이 명소로 각광(脚光)받는 ‘해오름동맹’의 문화와 경제적 눈부심과도 연결되어 있다.
마침 2월 24일부터 3월 9일까지 ‘APEC 고위관리회의(SOM)’가 열린다. 이 회의는 정상회의 주요 의제에 관한 실질적인 논의와 결정을 도출하는 핵심협의체로 정상회의 사전 준비나 예행연습의 성격도 지닌다.
이제, 신라 시대 천문관측을 위해 축조한 첨성대(瞻星臺)에서 ‘동방의 별빛’을 바라보며 APEC 정상회의가 열릴 날이 임박해 있다.
경상북도는 이번 행사를 통해 전국적으로 1조8000억 원이 넘는 경제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추산한다. 세계 인구의 약 40%로 전 세계 교역량의 50%를 차지하는 APEC 회원국들은 기후변화 대응, 경제적 불균형 해소와 사회적 통합을 도모함으로써 지역 균형발전과 포용적 성장 가치 실현의 최적지로 인구 25만의 경주를 택했다.
2005년 부산에서 개최한 이래 20년 만에 다시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대규모 국제협력 회의는 국가적으로도 부가가치가 엄청나다. 경주는 물론 인천과 제주 등에서도 분야별 각료회의, 고위관리회의, 산하 협의체 회의 등 연중 200회 이상의 회의를 열 예정이라 하니, 개최지에 인접해 있는 110만 인구의 울산은 이 호기를 놓치지 말고 세계인들의 가슴에 더 많은 관심을 받는 도시로 각인될 수 있도록 인상 깊은 정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해오름동맹’이라는 배가 순항하고 APEC 회의 이후에도 많은 관광객이 찾을 수 있도록 울산시가 문화·인문·예술에 대한 지속적 관심, 폭넓은 지원, 인프라 구축 등에 과감한 기획과 투자를 했으면 한다.
권영해 시인·전 울산문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