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이슈]사모펀드 타깃된 산업수도 안전판 마련을

2025-02-24     오상민 기자
울산항만공사(UPA)

세계적 비철금속 기업인 고려아연은 물론 수십년간 울산항이 액체허브항으로 도약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 온 탱크터미널(Tank Terminal)까지 사모펀드(PE)의 타깃이 되고 있다.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춘 ‘산업수도’ 울산 내 주요 업체가 이들의 표적이 되고 있는 모양새다. 사모펀드 인수에 따른 장단점은 차치하더라도, 경영환경 변화 및 산업환경과 안전분야에 대한 지역 사회의 보다 높은 관심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23일 울산항만공사(UPA)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울산항 일원에는 총 12개의 탱크터미널이 구축돼 있다. 이 중 4곳이 국내·외 사모펀드 자본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자본 90%를 인수하거나, 많게는 100%까지 지분을 확보해 터미널 운영에 나서고 있다.

통상적으로 탱크터미널은 수익성이 좋고, 꾸준한 이익을 발생시키는 사업군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최근 가동을 시작한 코리아에너지터미널을 제외한 11곳 중 3곳의 터미널은 2023년 기준 30%대 영업이익률(OPM)을 기록했고, 평균 21%대의 OPM을 나타낼 만큼 높은 수익률을 보인다.

일반적으로 사모펀드의 기업 인수는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구조조정과 경영 효율화 작업을 동반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자금력이 풍부한 사모펀드의 지원을 통해 사업을 확장하고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갈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또 기존 경영진이 지분을 현금화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도 한다.

사모펀드가 기업을 인수하면 신속한 의사결정과 경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울산지역 기업들이 사모펀드의 자본을 활용할 경우, 시설 확장과 신사업 투자가 활발해질 수 있다. 또 국제 네트워크를 보유한 사모펀드는 글로벌 시장진출을 지원하는 역할도 수행할 수 있는 등 긍정적인 면도 많다. 특히 사모펀드가 투자한 기업들은 보통 일정 기간 후 기업가치를 극대화해 다시 매각하는 전략을 취하는데, 이 과정에서 기업이 보다 경쟁력 있는 구조로 탈바꿈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모펀드의 기업 인수가 항상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사모펀드가 기업을 인수한 후 단기적인 수익 극대화를 위해 과도한 구조조정을 진행하면, 기업의 핵심 자산을 해외로 매각해 단기적인 재무 성과를 높이는 전략을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비용 절감을 우선하는 경영 방식이 안전 관리 소홀로 이어질 경우, 대형 사고로 연결될 위험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울산지역 탱크터미널 중 매출 규모가 큰 편에 속하는 한 곳도 사모펀드가 경영권을 쥐고 있는 업체 중 하나로, 최근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오는 2026년 준공 예정인 S-OIL 샤힌프로젝트와 연계해 탱크터미널 간 원료 공급 안정성 및 물류 효율성이 극대화돼 수익이 늘어날 경우, 최근 경영권 분쟁이 이어지고 있는 고려아연 사태처럼 지분을 놓고 기존 국내업체와 사모펀드간 경쟁구도가 가열될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역의 한 회계사는 “사모펀드가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혁신산업을 뒷받침하고, 구조조정 수요에 대응하며 안정적 자금 공급자로서 장기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 실제 사모펀드로 경영권이 교체되면서 미래 비전을 제시, 실적 신장을 보인 회사가 많다”며 “탱크터미널의 경우 지분 인수 시 막대한 비용이 들어 사모펀드가 아니고선 그 비용을 충당할 국내 기업이 손에 꼽을만큼 적다. 사모펀드 스스로 ‘부도덕한 자본’이라는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과 더불어 정부의 안전 대책 강화와 기술 유출, 극단적 구조조정 등을 제한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상민기자 sm5@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