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의 더불어나무(36)]서생면 대송마을 곰솔과 사철나무
전국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뜬다는 간절곶 입구에서 마을을 지키는 나무들이 있다.
울주군 서생면 대송리 236-1에 있는 곰솔과 사철나무 이야기다. 정월대보름 앞 9일 나무를 찾았다. 당집 앞에는 대나무와 황토를 뿌린 금줄이 처져 있었다. 나무 아래는 낙엽과 잔가지를 치워 정갈했다. 기와지붕으로 된 제당 안쪽에 곰솔이 있다. 곰솔과 붙어 자라는 사철나무(사진)와 떨어져 자라는 2그루의 사철나무가 있다. 멀리서 보면 한 그루처럼 보인다. 나무 모양은 파도가 바위에 부딪쳐 튀어 오르는 듯한 느낌으로 가지 끝이 올라가 있다.
제당 뒤쪽 담 넘어 곰솔 줄기에는 재선충병 예방주사 표식이 붙어 있다. 그 주변으로 굵은 가지 서너개를 잘라낸 흔적이 있다. 잎들도 엉성하여 아래서 하늘이 잘 보일 정도다. 잎의 무성함은 건강을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 사철나무 밑둥에서 올라온 맹아지(萌芽枝-) 여러 개를 베어낸 흔적도 보인다.
나무들은 돌을 넣어 쌓은 1m 남짓 콘크리트 담장 안에 있다. 제당 서쪽과 북쪽은 도로 다. 동쪽은 마을 회관 주차공간이다. 아스팔트가 새것이다. 나무가 숨 쉬고 물을 받을 공간은 담장 안뿐임을 알 수 있다.
이 나무는 500여년 전 마을이 생겨나면서 공씨 할배와 구씨 할머니 전설이 있다. 금슬 좋은 부부가 죽어서도 한 몸으로 살겠다고 합장을 원했다고 한다. 후손들은 두분을 기리는 마음으로 곰솔과 사철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이 나무는 마을을 지키는 ‘골매기 할매 할배’로 삼고 매년 정월대보름날 아침에 제를 지내고 있다. 주민들은 매년 정성을 들인 만큼 할배, 할매나무가 마을을 지켜준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나무 입장에서 편하게 숨 쉬고 영양분을 받을 수 있는 환경으로 개선해 나가는 일이 필요하다고 본다.
윤석 울산시 환경정책과 주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