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막걸리에 대한 단상
하얀빛을 띠는 우리의 술, 막걸리. 어쩌면 예부터 의복으로 인해 백의민족으로 표현되는 것처럼, 막걸리도 애초에 우리와 한 몸이던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익숙하고 그 이름만 들어도 정겨운 술이다. 자동차 색상 선호도에서도 흰색 계열이 인기인 것을 보면 우리는 이미 막걸리라는 하얀빛 술에 호감을 가지고 태어난 것이 아닐까.
막걸리는 명실상부한 한국의 제1 발효주다. 사전에서는 ‘찹쌀·멥쌀·보리·밀가루 등을 쪄서 누룩과 물을 섞어 발효시킨 한국 고유의 술’이라고 정의되어 있다(두산백과).
쌀을 원료로 한 것으로 막걸리 외에 동동주, 탁주, (전통)소주, 청주 등은 사람으로 치면 거의 형제이거나 동일인이다. 자세한 구분과 제조법은 생략한다.
오랜 역사를 가진 전통주이지만, 우선 막걸리의 근대사만을 간단히 살펴보자.
막걸리는 우리나라의 경제 사정과 결코 무관하지 않은 과정을 겪었다. 식량난 특히 주식인 쌀의 부족으로 1964년부터 쌀로 막걸리 빚는 것이 금지되었고, 밀가루 80%, 옥수수 20%로 빚도록 강제되었다. 이로 인해 술의 품질이 떨어지자 많은 애주가들이 희석식 소주, 맥주와 양주로 주종(酒鍾)을 바꾸는 경향이 생겨났다고 한다. 이후 1977년 12월 14일자 대한뉴스에 ‘계속된 대풍작과 쌀 4000만섬 돌파로 쌀이 남아돌게 됨에 따라서 14년 만에 쌀막걸리와 약주가 다시 나왔습니다’라는 뉴스가 검색된다. 14년의 막걸리 암흑시대의 막을 내리는 뉴스다.
K푸드 열풍의 수혜자로 막걸리가 지목되고 있다. 최근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우리 쌀 소비량을 현재 연 5600t에서 5년 내에 3만t으로 증대시킬 예정이며 아울러 전통주 산업을 적극 육성할 필요성이 있음을 강조했다고 한다. 이제 ‘K-저도주(低度酒)’로서 막걸리는 조만간 날개를 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많은 유명 막걸리 제조업체들은 이미 미국 등 해외에서 꾸준히 매출을 올리고 있다.
막걸리는 외교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에 용인시가 관내 한국민속촌에서 동동주, 막걸리에 파전, 도토리묵을 곁들여 미국 자매결연도시의 대표단을 대접하며 막걸리 외교를 펼쳤다고 하는 어쩌면 평범하지만 다르게 보면 이색적일 수 있는 뉴스가 있었다.
한편, 막걸리는 한때 상표 분쟁으로 주의를 끈 적이 있다. 가수 영탁과 예천양조 간의 ‘영탁막걸리’ 상표사용금지 소송이 있었고, 대법원 판결을 통해 가수 영탁의 일부 승소 판결이 확정되었다는 것이 작년 보도내용이다. 여러 형태의 분쟁이 결부된 복잡한 사건으로 결국 일단락 마무리는 된 것으로 보인다. 막걸리는 이렇듯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인기상품으로 거듭나고 있다.
지역에서 접하는 막걸리는 대개 당해 지역의 제품인데, 울산에서도 많은 막걸리 브랜드가 있고 인기를 끌고 있다. 울산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태화루’를 비롯하여, 웅촌에는 ‘명주’가 있고, 남창에는 ‘옹기종기’, 언양에는 ‘가지산’, 그리고 울산역에서도 볼 수 있는 ‘복순도가’ 등이 있다. 각 브랜드마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모델로 등장하는 것을 보면 경쟁이 만만치 않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모델들의 면면을 보면 공통적으로 막걸리 상품에 부합되게 중장년층에 잘 알려진 인물이면서 연륜이 좀 있는 분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더 살펴보면, ‘십리대밭 생막걸리’ ‘한수도가 막걸리’ 등이 있다. 조금씩 다른 맛이지만 이상하게도 그 동네에 가면 그 동네의 막걸리를 마시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일반적인 경향인지는 모르겠다.
최근에는 ‘고래수’를 울산 수돗물의 상표로 출원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이것은 울산에 공급되는 음용수가 공업 도시의 수돗물 이미지를 벗어나 청정도시 수돗물로 거듭날 수 있는 유효한 상표전략의 일환으로 평가될 것 같다. 막걸리의 경우에도 K-저도주의 첨병으로 부각되고 있는바, 지역에서도 시정전략의 측면에서 울산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이것에 힘을 불어넣어 지역 홍보 등에 활용하는 것이 어떨지 제안해 본다. 브랜드를 잘 만들어야 할 것인데, 안타깝게도 ‘고래주’는 ‘술고래’를 연상시켜서 한계가 있는 것 같고, ‘큰애기막걸리’ 정도이면 이미 만들어진 캐릭터도 활용할 수 있어서 나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막걸리 한잔으로 오랜 친구와 도란도란 얘기 나누고 싶은 저녁이다.
김지환 지킴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