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소영의 날씨이야기]산불의 계절 봄, 자나깨나 불조심
곳곳에서 화재 소식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울산 지역은 일주일 넘게 건조경보가 발효 중이다. 실효습도가 25% 이하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보일때 내려지는 건조경보의 기준상 불씨가 아니더라도 자연발생적으로도 불이 날 수 있는 상황이 누적되고 있는 셈이다.
산림청이 발표한 자료를 토대로 최근 10년간 산불발생 현황을 살펴보면, 2월부터 5월까지 주로 봄철에 전체 산불의 65.4%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불이 잘 나고, 빠르게 확산하는데 기여하는 기상조건은 건조한 날씨와 바람이다. 봄은 기후특성상, 봄철 3개월 통틀어 내리는 비가 연중 강수량의 18% 정도 밖에 안되기 때문에 습도가 당연히 낮을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목재와 같이 잘 탈 수 있는 물질의 건조도도 낮아져 있는 상태이다. 여기에 건조한 공기는 산소를 압축하고 있어 불이 붙었다하면 짙은 농도의 산소가 공급돼 연소속도를 증가시켜 대형화재가 발생하기 유리하다.
봄은 바람의 계절이기도 하다. 기후특성상 3~4일 간격으로 이동성 고기압과 저기압이 주기적으로 지나가는 데다가, 아직 상층에는 겨울의 차가움이 남아있고, 낮의 길이가 길어져 태양열을 많이 받아 금방 데워진 지면으로는 따뜻한 공기가 위치하면서 상하간 온도차에 의해 발생하는 대류현상까지 강해져 수직·수평적으로 강한 바람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특히 산에서 부는 바람은 지형적인 영향까지 더해져서 평지 바람보다 약 초속 5m 정도 더 강해 피해면적을 확산시키는 주범이 되는데, 실제 산불이 발생했을 때, 7m/s의 다소 강한 바람이 불 경우 불기둥이 누운 채 번지기 때문에 바람이 불지 않는 경우보다 6배 이상 빠르게 산불이 확산한다.
유엔은 지금과 같은 지구온난화가 지속되면 2050년까지 연평균 산불 발생 건수가 현재보다 최대 30%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온이 1.5℃ 상승하면 산불 발생 위험이 8.6%, 2℃ 상승하면 13.5%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일단 기온이 높으면 지표면과 수목에서 대기로 빠져나가는 수증기량이 많아져 불이 붙기 좋은 환경이 된다. 겨울철 고온, 가뭄의 일상화, 이른 시기의 강풍. 전 지구적 기온은 높아지는데, 습도는 줄어들고, 바람 세기는 증가하면서 산불을 확대시키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지난해 내놓은 지난 60년간(1960~2020년) 우리나라 기상관측 자료를 보면, 2000년 이후 1월과 6월 산불 발생 위험성이 약 30~50% 높은 것으로 나타나 대형산불에 안전한 달이 없어지고 있다.
이제 산불의 계절, 봄이 찾아왔다. 평년보다 높은 기온으로 봄꽃 소식이 빠르게 전해지는 가운데, 봄산을 찾는 행락객의 부주의가 더해지면 화재소식은 피해갈 수 없는게 불보듯 뻔하다. 전국 어디에서도 산불발생의 가능성이 높게 열려있는 만큼 불이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 또 주의가 필요하다.
맹소영 기상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