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방치된 공사 부지 증가 ‘슬럼화 우려’

2025-02-27     김은정 기자
울산 동구에 장기 방치 중인 대규모 건설공사 부지가 늘어나면서 일대 슬럼화가 우려된다. 사유지인 만큼 토지주의 관리가 필요한 가운데, 행정 차원의 적극적인 지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6일 찾은 동구 방어동 204-29. 축구장 두 개 규모의 넓은 토지 위에는 공사 자재로 보이는 모래더미와 쓰레기 등이 쌓여 있다.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쓰레기 매립장을 연상시킨다. 가까이 다가가면 누가 버린 것인지 모를 냉장고와 장식장, 손수레 등 각종 생활폐기물이 버려져 있다.

용궁사 옆 입구는 물론, 방어진항 방향의 펜스 사이로도 통행이 가능하다. 차량까지 오갈 수 있어 장박 중인 캠핑카와 승용차들도 적지 않다.

특히 모래더미 위에 덮인 덮개는 언제 뜯어진 것인지 모를 정도로 낡아 제 기능을 잃었고, 강한 바람이 불면 주택가로 모랫바람이 날릴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인근 주민 황영식(80)씨는 “몇 년째 저런 상태다. 아무도 와서 관리하지 않다 보니 사람이 드나들면서 쓰레기가 쌓였다”라면서 “왜 저 넓은 땅을 저렇게 방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곳은 지난 2012년 파산한 옛 세광중공업 부지다. 이를 한 업체가 사들여 오피스텔 건립을 추진했다.

그러나 2023년 8월 모든 허가 절차를 마무리하고 착공을 준비하던 중 건설 경기 위축과 러-우 전쟁 등 악재로 착공이 미뤄졌고, 1년 반 이상 방치되고 있다.

동구청에 따르면, 건설 경기 악화로 건축허가만 받아둔 채 착공하지 못하고 있는 부지가 동구 안에만 여러 곳 있다.

동구 관계자는 “자금 조달 등의 문제로 건설이 중단되는 것은 동구뿐 아닌 전국적인 문제”라며 “방어동 현장은 업체에 펜스 보강 공사를 요청해뒀다.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거나 필요해 보이는 현장이 있으면 계도 조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기자 k2129173@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