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분옥 시조시인의 시조 美學과 절제](57)웃는 양은 잇밧에도 좋고-작자미상
어떤 행동이든 사랑스러운 내 님
웃는 양(樣)은 잇밧에도 좋고 흘기는 양(樣)은 눈씨도 더욱 곱다.
안거라 서거라 걷거라 닫거라 온갖 교태를 다 하여라 허허허 내 사랑 되리로다.
네 부모 너 생겨 내올 쩨 날만 괴게 하로다. <해동가요>
예나 이제나 아름다운 꽃과 미인은 꺾이게 마련이다. 들길을 가다가 아름다운 꽃을 보면, 마음 가는 대로 꽃을 꺾어도 본다. 하물며 길 가다가 미인을 만나면 참 이쁘구나 하며 다시 돌아보게 된다. 같은 여성도 그러는데 남성들이야 오죽하겠는가. 점잖은 척 말을 다 못해서 그리하겠지만 남녀가 생겨날 제 이미 서로 끌리게 마련이니 우주의 법칙인 걸 어쩌나. 지금 세상은 남녀평등시대를 사니까 잘못 쳐다봐도 상대가 기분 나쁘게 느낀다면 성추행범으로 취급받는 시대를 사니까 함부로 힐끗 쳐다보는 것도 삼가는 현실이다.
중국의 4대 미인 중 한 명인 서시(西施)는 춘추전국시대 월(越)나라 여인이다. 서시는 평소 심장병이 있어 자주 얼굴을 찡그렸는데, 이마를 찌푸려도 더 아름다운 서시를 보고, 이 마을 여자들은 자기도 찡그리면 아름다워 보일까 하여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다녔다고 한다. 월(越)왕 구천에 의해 오(吳)왕 부차에게 미인계로 바쳐져, 오 나라를 망하게 했던 그녀야말로 경국지색이다.
조선의 성군인 세종대왕은 왕비 소헌왕후 외에도 17명의 후궁을 들였다. ‘왕은 무치(無恥)다’ 왕은 수치를 느끼지 않는다. 하여 왕손을 많이 낳아 왕가를 튼튼하게 이어가야 할 의무가 왕에겐 주어져 있었지만 과연 소헌왕후의 속앓이는 어떠하였겠나.
위 시조는 평시조의 형식에서 벗어난 엇시조이다. 미인의 웃는 양, 눈 뜨는 양, 서는 양, 앉은 양, 걷는 양, 내닫는 양 등 온갖 양태와 교태의 아름다움을 느낀 그대로 그렸다.
강물에 비친 서시의 얼굴을 보고 물고기들도 헤엄치는 방법을 잊고 가라앉았다 했다. 아름다운 여인은 찡그려도 미운 짓을 해도 이쁘다는 것인가. 하물며 사과 열 개의 맛이 다 다르다고 하니. 한분옥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