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판값 상승에 울산 조선업 비상
2025-02-28 오상민 기자
27일 지역 조선업계와 철강업계 등에 따르면, 동국제강이 유통시장에 내보내는 국내산 후판 가격을 t당 3만 원씩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더해 포스코와 현대제철 역시 3월 중 비슷한 수준의 후판 가격 인상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부는 국내 철강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중국산 후판에 대해 최대 38%의 반덤핑 잠정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실제 관세가 적용되기 전, 국내 철강업체들이 선제적으로 가격을 인상하며 수익 개선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철강 가격 변동으로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업계는 울산의 핵심 산업 중 하나인 조선업계다.
LNG선 등 친환경 선박 수요 증가와 미국의 중국 조선업 견제 기조 속에서 활기를 띠던 지역 조선소들은 후판이 선박 원가의 20~30%가량을 차지하는 만큼 철강 가격 인상이 원가 상승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결국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후판 가격 인상의 영향은 선박 건조뿐만 아니라 선박 기자재를 생산하는 협력업체들에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 내 중소 조선 기자재 업체들은 선박용 철강 부품 제작에 상당한 양의 후판을 사용하고 있어, 원자재 가격 상승이 곧바로 수익성 악화로 연결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울산에서 선박 기자재를 생산하는 한 업체 대표는 “후판 가격이 오르면 단순히 조선소뿐만 아니라 우리 같은 기자재 업체에도 큰 부담이 된다”며 “원가 상승분을 납품 단가에 반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수익성이 점점 악화될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우려를 표했다.
특히 중국산 후판을 공정의 50% 이상 사용하고 있는 지역 중·소 조선업체들은 원가 상승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원청으로부터 후판을 받아와 작업하는 조선업 협력업계 역시 긴장하고 있다. 선박 제조 원가가 상승하면 수익성이 악화되고, 협력업체에 지급되는 기성금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형 조선소들 역시 수익 개선을 위해 국산보다 t당 15만~20만 원 정도 저렴한 중국산 후판을 일부 공정에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HD현대중공업 등 대형 조선소들은 국내 철강업체와 6개월~1년 이상의 장기 물량 계약을 체결하고 있어, 단기적으로는 원가 변동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다만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대형 조선소들도 원가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 장기적으로 이어지면 선가(선박 가격) 협상에서 불리한 조건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무엇보다 미국의 철강 보호 정책 강화로 세계 철강 가격 자체가 상승할 가능성도 커, 지역 조선업계의 긴장감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의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후판 가격 변동에 대한 상황을 지속적으로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도 “앞으로 외부 환경이 변하더라도 비교우위를 확보하고,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자체 경쟁력 확보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민기자 sm5@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