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화학사고 발생과 ‘주민대피’를 위한 준비

2025-03-04     경상일보

태풍, 지진, 화학사고, 쓰나미, 원전사고 등 다양한 재난영화에서 다루는 시민들의 대피 모습은 대부분 무질서하고, 혼란한 장면이다. 실제로 현실에서 재난이 발생했을 때, 특히 화학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대피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울산은 유해화학물질 취급사업장이 다수 위치한 만큼 화학사고 발생 빈도가 높고, 취급량 또한 상당해 대규모 화학사고 발생에 대한 우려가 큰 지역으로 사고 예방을 위해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2023년 화학물질안전원의 통계 결과, 전국 화학사고 115건 중 19건이 울산지역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지역에서 발생하는 화학사고는 사업장의 규모 및 밀집성 등으로 인해 타 지역에 비해 사고의 규모가 주변으로 확대될 우려가 있으며, 산업단지와 주거지역의 인접한 거리로 인해 화학사고로 인한 시민 피해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만큼 시민들을 적절하게 대피시키기 위한 교육과 훈련이 매우 중요하다.

화학사고로 인한 환경피해와 주민피해가 발생했을 때, 체계적인 대피체계가 매우 중요한 것은 구미 불화수소 사고를 겪으면서 이미 충분히 공감되었다. 불화수소 누출사고는 주변 지역 환경과 시민건강에 매우 유해한 영향을 미쳤고, 사고 발생시 주민들은 어디로 어떻게 대피해야 하고, 누구로부터 이런 정보를 받고 관리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알지 못했다. 이후 국가는 화학물질관리법을 제정하는 등 화학사고로 인한 예방, 대비, 대응, 복구 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재난관리체계를 정비했다.

‘화학사고로 인한 대피가 실제로 필요하긴 할까’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실제 2024년 6월 여수 국가산업단지에서는 철강원료 업체에서 유해화학물질인 이산화황 가스가 누출됐고 근로자가 대피한 사례가 있었다. 여수시는 화학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의 반경 600m 이내 13개 사업장에 근로자의 대피명령을 내렸고, 해당 대피명령으로 근로자 1800여명이 사고현장으로부터 대피했다. 화학사고로 인한 대피가 실제에서도 충분히 발생 가능하고 울산 역시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라는 교훈을 준 사례다.

여기서, 우리는 재난이 발생한 이후 대피를 할 때, 누구의 통제와 지시를 따라야 하는지에 대해 명확히 확인해야한다.

화학사고 발생시, 울산시는 사고 발생 초기 주민에게 사고상황을 전파하며, 중·대규모 화학사고 발생시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 및 재난현장통합지원본부를 설치, 운영하도록 되어있다. 행정안전부에서는 ‘지방자치단체 화학사고 대응요령, 2022’를 통해 화학사고 발생 초기부터 부처별 역할을 정리하고, 주민대피 협의를 위해 지자체와 안전원의 각 역할 및 상황판단회의에 대한 사항을 정리했다. 화학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주민대피가 필요할 때, 이러한 매뉴얼과 시스템이 현실에서 잘 작동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살펴본 정책 및 제도를 울산에 도입하기 위해 고민해야 할 것을 2가지로 제안한다.

미국의 쓰리마일 섬 원자력 발전소 사고에서도 볼 수 있듯이, 사회재난은 많은 사회적 불안을 증폭시킬 수 있고, 이러한 사회적 불안은 또 다른 유형의 사회재난으로 연결될 수 있다. 접해보지 않은 재난의 상황에 화학물질이라는 잘 알지 못하고 접해보지 못한 정보에 노출이 되었을 때, 시민의 사회적 불안감은 매우 높아질 것이다. 특히 울산지역은 대규모 국가산업단지가 위치하고 있고 늘 지속적으로 지적되어 온 노후화, 밀집화 등의 문제로 인해 화학사고의 연쇄반응을 우려하는 사회적 불안감이 증폭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므로 울산의 화학사고 대피계획을 수립하고 현장적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회적 불안저감을 위한 ‘위해소통(Risk communication)’방안 마련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화학사고 주민대피와 관련된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다고 할지라도 교육되지 않고 훈련되지 않는다면 실제 현장에서 시스템의 작동성은 기대할 수 없다. 그러므로 울산의 산업유형 특성 및 주민거주 거리, 형태, 재난약자 주거형태 등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한 체계적 교육과 눈높이 맞춤형 훈련이 필요하다.

권혜옥 울산 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장 환경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