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수출 최전선’ 울산항 가보니, 맥못추는 수출…빈 컨테이너 쌓인다
울산지역 수출 최전선인 울산항의 물류흐름이 심상찮다.
대내외 불안한 무역환경 탓에 생산시설 가동중단 사태에 직면해 있는 기업체들이 늘어나면서 수출물량이 갈수록 감소해 부두 야적장 내 빈 컨테이너 증가세가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울산신항컨테이너터미널(UNCT) 야드 내 컨테이너 장치율은 올들어 60%대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공(空) 컨테이너(Empty Container) 비율이 증가추세를 보이면서 지역 수출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3일 UNCT 일원. 야드 내에는 수출을 하거나 수입한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수출·입이 활발하던 시기에는 3단~4단 높이로 빼곡히 쌓인 컨테이너가 많았지만, 이날은 2단, 심지어 1단으로 놓인 컨테이너도 곳곳에서 눈에 들어왔다.
지난달 말 기준 UNCT 내 컨테이너는 1만767TEU(1TEU=6m 컨테이너 1개)로 장치율 66.3%를 기록, 전년 같은기간 장치율 57.1%보다 소폭 증가했다. 주목할 부분은 컨테이너 내 화물이 실려있는 적 컨테이너(Full Container)는 5999TEU에서 4000TEU로 감소했지만, 내부가 비어있는 공 컨테이너는 3265TEU에서 6767TEU로 증가했다는 점이다.
이는 울산에서 수출되는 화물량이 줄거나 수출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빈 컨테이너가 쌓이는 현상, 즉 수출·입 간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고 해석될 수 있다.
실제 지난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올 2월까지 누적 수출액은 1017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068억달러)보다 4.8% 감소했다. 2월 일평균 수출액은 23억9000만달러로 전달(24억6000만달러)보다 0.7% 감소했고, 1년 전(25억4000만달러)보다 6% 가까이 줄며 전반적인 수출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UPA 관계자는 “아직까지 컨테이너 장치율에 큰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화주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제도를 강화하는 등 컨테이너 순환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컨테이너 수출·입만 위축된 것은 아니다. 석유제품의 수출은 39억달러를 기록, 1년 전보다 12.2%나 감소했다.
현재 울산지역 액체부두 장치율은 95%대를 보이고 있다. 최근 저장용량(공급) 대비 저장수요가 많은 것으로 파악돼 수치상으로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울산도 여러 화학 업체들의 생산 라인이 멈춰있는 실정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5월께 1공장의 일부 라인을 멈췄다. 한화솔루션 역시 수년째 3공장의 PA(폴리아미드)·MA(말레이드산무수물) 생산 공정 라인을 멈추고 있다. 원재료 상승과 수익성 저하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기업들은 생산품을 교체하거나 라인을 다른 회사에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지만, 단기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이에 따라 나프타, 부탄, 벤젠, 헥사메틸렌디아민 등의 원료 수입량이 감소하고, 완제품 출하량이 줄어 전체 석유화학제품 물동량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울산의 주요 수출 품목인 자동차 역시 전기차 전환기 속 부침을 겪고 있다. 그나마 지난달 하이브리드 자동차(HEV)가 수출액 13억달러로 선방해, 자동차 수출은 61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52억달러)보다 17.8% 늘었다. 덕분에 지난해 11월 이후 3개월간 이어진 수출 감소 흐름을 끊게 됐다.
무엇보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울산 지역 기업들도 수출 시장 다변화, 물류 효율성 제고 등을 통해 글로벌 무역 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무역업체 관계자는 “울산항이 한국 동남권 물류의 핵심 거점이지만, 최근 상황을 보면 물류 정체와 수출 둔화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신속한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오상민기자 sm5@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