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퇴임 앞둔 황두환 울산생명의숲 이사장, “창립부터 생명의숲과 함께 자연보호에 일익”

2025-03-05     권지혜 기자
“다음 세대에 아름다운 숲을 남겨줄 수 있도록 다같이 노력해 울산을 푸르고 아름답게 만듭시다.”

오는 6일 퇴임식을 앞둔 황두환(79) 울산생명의숲 이사장은 4일 본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런 당부의 말을 남겼다.

울산생명의숲은 숲을 사랑하고 가꾸고 보존하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현재 1500여 명의 회원이 있다. 도시마을숲 조성, 도시숲 가꾸기 자원 활동, 지역자원활동가 지원, 학교숲 조성, 환경교육 프로그램, 학교숲 관리, 숲문화 프로그램, 숲교육 프로그램, 숲교육 자원활동가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 산림청과 함께 산불이 발생한 곳에 나무 160만여 그루를 심고 ‘울산의 노거수’ 책자를 발간했으며 대왕암공원의 곰솔 소나무 숲을 지키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울산생명의숲의 중심에는 창립부터 함께해 온 황두환 이사장이 있다.

경주가 고향으로 1981년 울산에 온 황 이사장은 1999년 울산생명의숲이 창립할 당시 공동대표를 맡았다. 울산바오로병원, 황두환내과의원 등 의사로 일하며 울산생명의숲 활동에 참여했다.

2006~2012년, 2015~2016년, 2019~2024년 등 3차례 총 15년간 이사장을 역임하며 울산생명의숲 발전에 이바지했다. 나머지 10년은 양명학 교수(1999~2005년), 김광태 이사장(2013~2014년), 정우규 박사(2017~2018년)가 맡았다. 올해부터는 장병윤 공동대표가 이사장을 역임한다.

황 이사장은 “1997년부터 대한산악연맹 울산시산악연맹 초대 회장을 맡고 있었는데 자연과 숲이 관계가 있으니 당연히 들어와야 된다고 해 울산생명의숲 공동대표를 맡게 됐다”며 “당시에는 도심 안에 학성공원 외에는 마땅한 공원이 없었다. 울산에 이런 공원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한 그루의 나무가 되자’는 좋은 취지에 회원 수가 1800여 명까지 늘어나기도 했지만 IMF 사태, 코로나 등의 영향으로 지금은 회원 수가 1500여 명까지 줄었다.

황 이사장은 “처음에 회원 수 1만명이 목표였는데 달성하지 못하고 점점 떨어지다 최근 다시 늘어날 기미가 보인다”며 “최저임금 수준으로 일하는 사무국 직원들이 이직하거나 사무실, 강의실 등의 장소가 없어 여러 번 이사하는 등 어려운 점이 많았다”고 돌아봤다.

이어 “울산생명의숲에서는 매년 20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다. 월 1만원 정도의 회비를 내는 회원들이 매월 한 그루의 나무를 심는 것”이라며 “회원 수 1만명 달성과 교육실, 연구실 등 사무실을 겸한 자체적인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밝혔다.

황 이사장은 숲과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숲을 가꾸는 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울산이 광역시로 승격하기 전 아침마다 함월산을 등산했는데 어느 날 백양사 앞에 있는 소나무를 다 베더라. 그때는 환경에 대한 인식이 없어 아까운 숲을 없앴다”며 “우리가 살기 위해 빼앗은 땅을 이제는 숲에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산에 올라가면 숲, 바위, 물이 아름답게 배치돼 있다. 그런데 도심은 아파트가 빽빽하게 들어서 여유공간이 없고 답답하다”며 “우리가 이렇게 사니까 맞다고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가 사는 이 공간도 산처럼 아름답게 조화를 이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황 이사장은 숲과 자연보호 외에 음악과 문화에도 관심이 많다. 심완구 전 울산시장 재임 시절 울산문화예술회관 운영위원을 맡았으며, 울산시립교향악단 초창기 KBS홀에서 열린 공연에서 협연을 맡아 ‘무정한 마음’을 부르기도 했다.

황 이사장은 평생 의사로 살면서 시민단체와 함께 했다. 그래서 주변에서는 그를 소유보다 베푸는 삶을 살아온 울산의 어른이라고 평하기도 한다.

황두환 울산생명의숲 이사장은 “20~30년 전부터 울산이 생태도시가 돼야 한다고 이야기 했는데 울산시가 그 방향으로 가고 있어 만족스럽다”며 “2028 울산국제정원박람회 때 울산생명의숲에 역할을 주면 시민과 함께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