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MBK 홈플러스 ‘먹튀’ 논란…고려아연 ‘희생양’ 우려
다국적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에 대한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면서 ‘먹튀’ 논란이 일고 있다. 막대한 차입금으로 홈플러스를 인수한 후 충분한 자구 노력 없이 금융채무 탕감 및 조정을 목적으로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한 것은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에 MBK·영풍 연합이 추진 중인 울산 향토기업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에 대한 불신도 높아지고 있다.
서울회생법원은 4일 홈플러스가 신청한 기업회생절차에 대해 개시결정을 내렸다. MBK는 2015년 금융권 대출 4조3000억원을 포함해 7조2000억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한 후, 자산 매각을 통해 투자금 회수에 나섰으나, 적자 지속 및 과중한 이자 비용 부담 등으로 유동성 위기에 처하자,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MBK는 회생신청 이유로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잠재적 자금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홈플러스가 회생절차에 돌입하면서 MBK의 기업 경영 능력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MBK가 인수 기업에 기업회생을 신청한 것은 플랜트 제조업체 영화엔지니어링에 이어 두 번째다. 이에 MBK·영풍 연합이 지난해 9월부터 주식 공개매수를 통해 적대적 M&A(인수합병) 시도에 나선 고려아연이 제3의 먹튀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울산 산업계에서는 MBK·영풍 연합이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인수할 경우 자산 매각, 연구개발(R&D) 투자 축소, 배당금 상향 조정 등 투자금 조기 회수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 이렇게 되면 아연·연·은·인듐 등 비철금속 제련 분야의 글로벌 리더인 고려아연의 기업가치가 크게 훼손될 수 있다.
울산 지역사회는 그간 MBK 연합의 적대적 M&A 시도에 ‘고려아연 주식사기 운동’을 추진하며 향토기업 지키기에 적극 맞서왔다. 미국 정치권에서도 고려아연이 갖춘 글로벌 공급망이 적대 세력에게 장악되지 않도록 미국 정부가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1월23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가까스로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지만, 분쟁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MBK연합과의 형사고발 등 법정 다툼이 이어지고 있다. MBK의 홈플러스 회생 신청은 고려아연 주주들에게 MBK의 경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 고려아연이 적대적 M&A의 또 다른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