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도 사라지나…현장체험학습 거부 움직임

2025-03-06     이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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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기를 맞은 울산지역 초등학교에서 현장체험학습을 거부하는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어 교육당국이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5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역 초등학교들이 공지하고 있는 올해 학사일정에는 소풍이나 수련회와 같은 현장체험학습 일정이 대부분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일정대로라면 지역에서 소풍 없는 초등학교가 생길 수도 있는 셈이다.

현장체험학습 계획을 세우지 않은 학교에서는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자체 설문조사 등을 통해 일정을 확정할 계획이다.

설문조사 결과에서 현장체험학습을 반대하는 의견이 우세하면 아예 실시하지 않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

현장체험학습이 학사일정에 포함됐더라도 소풍 1회 등 실시 횟수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는 곳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북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개학 이후 학교운영위원회 심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전에 사전 협의를 하는 단계인데, 학교에서는 교육주체들의 의견에 최대한 귀를 기울이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학부모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학생 안전과 교권 보호 등을 위해 현장체험학습이 아예 없어지길 바란다’ ‘그래도 학창시절 친구, 교사와 추억을 쌓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교육 기회다’ 등 상반된 목소리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일선 교사 10명 중 8명은 현장체험학습 전면 폐지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들은 현장체험학습 시 안전사고에 관한 법적 다툼을 가장 크게 우려한다.

울산교사노조가 최근 초·중·고 및 특수학교 교사 38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현장체험학습 실시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81.5%가 ‘전면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현장체험학습 미실시에 따른 대체 방안을 묻는 질문에는 ‘교육과정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답이 47.9%로 가장 많았고, 이어 ‘외부업체 활용 학교 방문형’ 36.4%, ‘교육청·지자체 주관’ 12.7% 순이었다.

올해 근무학교에서 현장체험학습을 실시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답한 비율은 11.3%였다. 20.2%는 아직 협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교사들은 오는 6월21일 시행 예정인 학교안전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55.4%가 해당 개정안은 현장체험학습의 어려움을 전혀 보완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박광식 울산교사노조 위원장은 “학생과 교사를 보호하기 위해 법적·제도적 안전장치가 마련되기 전까지는 현장체험학습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잠정적으로 보류나 폐지 또는 대체 방식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다예기자 ties@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