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곳곳 ‘거미줄 통신선’ 눈살
2025-03-06 정혜윤 기자
5일 찾은 남구 옥동 울산대공원 인근 골목. 산책로 한가운데 놓여진 전봇대 한 개에 통신중계기가 10~20여 개 이상 매달려 있다.
통신중계기 사이사이로 굵고 얇은 전선들이 복잡하게 엉키면서 전봇대를 뒤덮는 모습에 지나가는 시민들이 눈살을 찌푸렸다.
신정로 204번길 일원 태화강변과 맞닿은 산책로도 상황은 비슷했다. 전봇대 한 곳에 중계기가 10여 개씩 달리면서 거미줄마냥 케이블이 뒤엉켰다.
근처 골목마다 상황은 비슷했는데, 전신주에 긴 전선과 케이블이 엉키면서 일부 전선들은 보행로까지 흘러내리는 등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었다.
울산대공원 인근을 산책하던 김모(여·43)씨는 “전봇대 근처를 지나갈 때마다 조마조마하다”며 “지저분하고 보기도 안 좋은데 혹시나 화재라도 날까 걱정”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전봇대는 흔히 전선과 통신선이 함께 설치된 기둥이다. 통신사는 전봇대 소유·관리 주체인 한전에 임차료를 내고 통신선을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해마다 불법으로 통신선을 몰래 설치하는 ‘무허가 통신선’이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 더군다나 통신사가 변경돼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중계기·통신선을 그대로 남겨두는 일도 비일비재해 케이블이 난립하고 있는 실정이다.
통신케이블 난립으로 안전사고 우려 및 도시미관 저하 지적이 해마다 제기되자, 시와 각 구군은 지난 2020년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으로 진행되는 ‘통신선 정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각 구군에서 사업 대상지를 정해 신청하면 예산을 지원받는 방식으로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울산에서 53개 블록의 통신선 정비가 이뤄졌다. 중구 8곳, 남구 11곳, 동·북구 각각 10곳, 울주군 14곳이다.
5년 간 전신주 1만6675대, 통신주 6101대를 대상으로 폐·사선 철거, 난립된 인입선 정리 등이 진행됐다. 총 정비 구간은 88만2389m에 달한다.
올해도 예산 39억원을 들여 5개 구군에서 정비가 이뤄질 예정이지만, 빌라 밀집지 등을 위주로 새로운 통신케이블과 무허가 통신선이 계속 생기며 사실상 완전 근절은 어려운 실정이다.
근본적 해결책은 지중화 사업이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공사 기간도 길어 쉽게 진행할 수 없다는 게 지자체들의 입장이다.
울산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케이블 난립은 사실상 이면도로와 골목 사이사이 위치한 전봇대 위주로 발생하고 있다”며 “보행환경 위협과 도시미관 저해 지적이 제기되는 만큼 정비구역을 세심히 살피겠다”고 말했다.
정혜윤기자 hy040430@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