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업 97% ‘경제위기’ 경고…정치권의 ‘변화’ 절실하다

2025-03-07     경상일보

국내 기업 10곳 중 9곳 이상이 올해 우리나라가 경제위기를 겪을 것으로 예측했다. 계엄·탄핵정국으로 인한 정치 불안, 트럼프발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IMF 외환위기 또는 그와 준하는 경제 위기가 올 것으로 본 것이다.

한국 경제는 성장이 둔화하고 물가가 상승하는 스테그플레이션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불확실성에 몸을 움츠린 기업은 투자를 줄이고, 소비 침체는 악화일로다. 정치 리스크에 발목 잡힌 한국경제가 변화를 모색하지 못한다면 위기는 현실화 할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국내 50인 이상 기업 508개사(응답 기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96.9%는 ‘올해 경제위기가 올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23%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보다 심각할 경제위기가 올 것’으로 봤다. 74.1%는 ‘1997년 정도는 아니지만 상당한 위기가 올 것’이라고 답했다.

기업들은 국내 정치 불안이 경제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복수 응답)에 대해 ‘환율 변동성 확대에 따른 수출 경쟁력 약화’를 가장 많이 꼽았다. 원화 가치하락(환율상승)으로 인한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과 수출 경쟁력 약화를 우려한 것이다. 다음으로 ‘소비 심리 위축 및 내수 부진 심화’ ‘불확실성 확대로 투자 심리 위축’ 등을 지목했다. 국내 정치 불안이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본 것이다.

이런 결과는 기업들이 정치·경제적 난제에 빠진 현재의 한국 경제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지금처럼 정부와 정치권이 국정 리더십 공백 상태로, 허송세월 한다면 IMF 외환위기에 준하는 경제위기로 침몰할 수 있다는 엄중한 경고의 목소리인 셈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지난달 외환보유액은 4100억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4년 9개월 만에 가장 작은 규모다. 대내외적 불안요인으로 환율방어에 나설 경우 외환보유고가 더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세계 3대 투자자 짐 로저스는 최근 “1~2년 내 생애 최악의 경제 위기가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정치 위기와 관련해 이렇게 조언했다. 만약 제가 한국인이라면 정치인들에게 “이제 닥치고(shut up)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 우리가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할 것이라고. 정부와 정치권은 이제라도 경제 위기를 차단하고 대응하기 위한 대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