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생’ 홈플러스, 제2의 티메프 사태 우려
2025-03-07 오상민 기자
6일 중고 거래 앱에는 ‘홈플러스 상품권 매입에 신중하라’는 취지의 게시글이 올라와 있다. 내용에는 “현재 상품권 매입업체도 홈플러스 상품권은 받지 않는다”며 “쿠폰 거래 사이트에서도 사용이 금지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평소 하루 한두 건에 불과하던 상품권 판매글이 이날만 6~7건으로 급증했다.
한 중고 상품권 판매자는 “선물로 받은 상품권인데, 언제 한번 써야지 마음먹고 있었다”면서도 “(홈플러스)기업회생 절차 이야기를 듣고, 팔 수 있을 때 팔려고 내놨다”고 답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법원에서 홈플러스 회생절차가 개시되면서 뚜레쥬르와 빕스, 더플레이스 등 3개 브랜드와 CGV, 신라면세점 등에서 홈플러스 상품권 사용 중단에 나섰다. 홈플러스가 회생절차에 돌입한 만큼 상품권 사용 금액에 대한 변제가 지연되거나 불가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파악된다.
납품업체들 사이에서도 ‘눈치싸움’이 시작되는 모양새다. 지난해 발생한 티몬·위메프의 대규모 미정산 사태처럼 납품 대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면서 납품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실제 LG전자는 이날 홈플러스에 납품하는 제품의 출하를 일시 정지했다. 또 롯데칠성, 오뚜기, 동서식품 등 주요 식품업체들 가운데서도 납품을 중단하는 기업이 잇따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홈플러스는 “상품권 사용과 관련해 일부 혼선이 발생하고 있으나, 홈플러스 매장에서 아무 문제 없이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품권의 현재 미사용 잔액은 400억~500억원 대 수준으로 96% 이상이 홈플러스 매장에서 사용되고 있어, 이외 가맹점에서 사용되는 비중은 4% 미만이라는 것이 홈플러스의 설명이다.
홈플러스는 “상품권은 일반 상거래 채권이므로 기업회생 절차에 따른 금융 채권 상환 유예 조치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며 “제휴사와 충분한 소통을 통해 불필요한 우려를 해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홈플러스는 “이번 회생절차 개시로 금융채무가 유예됐지만, 홈플러스의 현재 현금창출력과 소유 부동산을 고려할 때 현금수지는 곧 개선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정상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홈플러스는 이날부터 기업 회생 절차 개시로 인해 일시 중지됐던 일반 상거래 채권에 대한 지급을 재개했다. 현재 가용 현금 잔고가 3090억원으로, 3월에만 영업활동을 통해 유입되는 순 현금 유입액이 약 3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총 가용자금이 6000억원을 상회하게 돼 순차적으로 전액 변제한다는 방침이다.
오상민기자 sm5@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