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곳 중 1곳 빈점포…울산 집합상가 냉기

2025-03-07     오상민 기자
울산의 집합상가 공실률이 전국 최상위권을 기록하며 지역 상권이 심각한 침체에 빠졌다.

6일 찾은 울산 동구의 한 집합상가. 인근에 일산해수욕장과 대왕암공원, 슬도 등 동구의 주요 관광자원이 자리 잡고 있어 접근성이 좋은 곳에 있는 상가다. 이 상가는 지하 4~지상 7층 규모로 57개의 상가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이날 1~3층까지 대부분의 상가에 임대가 붙어 있고, 4층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그나마 5층부터 위치한 영화관의 영향으로 7층까지는 빈 상가가 없는 상황이다.

남구 삼산·달동 중심부에 있는 상가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전체 상가 연면적은 1만5920㎡(약 4816평) 규모로 지상 1~4층에 총 80개의 점포로 구성돼 2015년께 운영에 들어갔다. 운영 초기 공실을 찾아보기 어려웠지만, 경기 침체기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겹치면서 공실이 많이 발생한 실정이다.

이처럼 중구와 동구, 일부 신도시 지역에서는 임차인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동구는 과거 조선업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유동인구가 많았으나, HD현대중공업 구조조정과 조선업 불황으로 소비력이 급감하면서 공실률이 많이 증가하는 추세다.

상업용 부동산 중개업을 해온 A공인중개사는 “최근 2~3년간 계약을 중단하거나, 재계약 포기 등의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며 “특히 신축 상가일수록 공실이 많고, 임차인들은 임대료 부담 때문에 선뜻 계약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의 ‘2024년 4분기 상업용 부동산 임대 동향 조사’에 따르면, 울산의 집합상가 공실률은 20.6%로 경북(26.5%), 전남(24%)에 이어 17개 시·도 중 최상위권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8%)보다 2.6%p 증가한 수치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심각한 침체를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대형 상가(17.3%), 오피스(15.4%) 공실률 역시 전국 평균(8.9%·13%)을 크게 웃돌아, 지역 부동산 경기 전반이 위축되는 양상을 보인다.

울산은 제조업 중심 경제 구조로 인해 소비 여력이 상대적으로 적다. 다만 조선업과 자동차 산업의 경기 변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조선업 침체 이후 동구 지역의 유동인구가 감소했고, 이는 자연스럽게 상권 위축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한 부동산 투자 전문가는 “울산은 대형 쇼핑몰이 집중된 삼산 지역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상권이 자생력을 잃고 있다”며 “공실이 많은 곳은 리모델링을 통한 용도 전환이나 스타트업, 공유 오피스, 공공기관 입주 유치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상민기자 sm5@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