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삼성의 1등주의 상처 누가 보듬어줄 것인가
창 너머 삼성전자 본사 건물엔 요즘 들어 주말도 없이 밤늦도록 불이 꺼질 줄 모른다. 오늘도 그들은 위기의식으로 1등주의 상처 때문에 날밤을 새우는 걸까?
삼성의 위기는 이미 7년 전(2018년)부터 예고되어 있었다. 그 때 이미 경종을 울리는 칼럼을 경상일보(법조인의 신뢰와 내일의 국격)에 기고한 바 있다. 그해 삼성전자는 유례없는 영업 실적(매출 243조원, 영업이익 58조)으로 전년도에 이어 반도체 글로벌 1위로 올라섰다. 동시에 국민그룹 삼성 총수의 공백이 시작된 해이기도 하다.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4년째 의식불명에 따라 후계구도 재편 과정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2017년)이 불법이라는 이유로 이재용 부회장이 두차례(1차 2017년 2월~2018년 2월, 2차 2021년 1월~8월) 법정 구속됐다. 특히 2017년 2월 국회 청문회에서 당시 여당의원 요청에(필자는 당시 TV를 보고 ‘닦달’과 이적(利敵)으로 표기) 따라 미래전략실이 폐쇄되고, 미래전략실 경영진(부회장 및 사장)은 구속돼 삼성가(家)가 쑥대밭이 됐다. 글로벌 경쟁업체를 이롭게 하는 이적행위로 이는 참담한 결과를 초래했다.
이에 반해 경쟁업체인 대만 TSMC의 삼성 추월을 비롯해 반도체 HBM(고대역폭메모리) 최대 수요처인 엔비디아 공급에도 경쟁업체들이 선점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당시 국가권력의 압력으로 글로벌 경쟁에서 손 놓을 수밖에 없는 처지였지만, 그 와중에서라도 내부 경영진의 삼성 1등주의 기업가 정신을 제대로 발휘 못한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1년 전(2017년 3월) 대통령 탄핵 여파에 휩쓸려 총수 및 일부 핵심 경영진이 부재 중이라도 R&D 및 신규 투자 등 책임 전문 경영진의 전략적인 판단은 가능했기 때문이다.
HBM 메모리 반도체만 해도 그렇다. 삼성전자는 경쟁업체 보다 개발 착수가 늦지 않았다. 그러나 총수 공백시점인 2018년부터 HBM을 비롯한 신규 R&D 투자를 보류 한 게 최악의 실책이 됐다. 삼성은 AI 수요가 급증하자 작년 7월부터 관련 조직과 인력을 통합해 HBM전문 개발팀을 본격적으로 가동 중이다. 삼성이 주춤하는 사이 관련 고급기술 인력이 국내외로 유출된 것은 뼈아픈 대목이다. 삼성 경영진이 법정(100여회)에 들락거리는 사이에 경쟁업체들은 글로벌 반도체 업계 판도를 바꿀만큼 삼성을 추월해 앞서가고 있다.
2022년 기준 국내총생산 GDP에서 삼성그룹의 총매출은 378조7000억원으로 국부(國富)의 20%에 이른다. 즉 국민기업 삼성의 미래가 국민의 미래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AI로부터 야기된 반도체업계 변화의 파고를 헤쳐나가기 위해 삼성에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당사자인 삼성의 1등주의 정신의 진정한 발로(發露)가 필요하다. 선대 이건희 회장의 1983년 ‘삼성신경영’ 유훈을 계승 발전, 제3의 삼성 신경영 선언(선대 이병철 이건희 회장에 이은)에는 승어부(勝於父·부모보다 월등한 성과)정신 반영 및 진정한 1등주의 철학을 구현해야 한다. 또한 이재용 회장의 조기 등기이사 실현과 경영권 안정 속에 사즉생(死卽生) 경영혁신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둘째, 삼성 불법 승계권 법정 문제는 작년 2월 법원 1심에서 무죄선고에 이어 올해 2월에도 고법에서도 역시 무죄 선고됐다. 검찰도 이쯤해서 대법 기소 중지 선언한다면 국민들의 박수가 이어질 것이다. 국회에서도 삼성과 대기업의 기(氣)를 살릴 법안의 조속처리를 기대하고 싶다.
셋째, 삼성노조도 삼성 1등주의에 걸맞은 활동을 기대한다. 파업이나 7일 연가 투쟁 같은 뉴스가 밖으로 새어나오지 않도록 할 수 없을까. ‘삼성은 노조의 생산적인 활동으로 경영안정을 이루다’라는 소문이 무성한 날을 기대해 본다.
마지막으로 증권가의 개미군단까지 자발적으로 국민주 보유하기 운동으로 이어지고 이에 보답하는 삼성이 AI 파고를 넘어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서 진정한 1등 지위를 재탈환하는 날까지 국민 모두와 함께 성원하는 바다.
강세창 NCN 전문위원·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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