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시 첨병, 울산문화예술인]“산업+문화 울산만의 문화도시 만들어야”
2025-03-10 차형석 기자
◇‘점+문자’ 독특한 작품세계 구축
지난 7일 찾은 울산문화예술회관 상설전시장. 이 곳에서는 울산문화예술회관이 우수한 지역작가를 발굴·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올해의 작가 개인전 첫 번째 주자로 3~4월의 작가 한규택 전(展)이 이달 1일부터 내달 29일까지 두 달간 열리고 있다.
한 작가는 이번 전시에 ‘점 프로젝트(Atomus Project)’를 주제로 중첩과 최소 단위라는 신선한 시각을 담은 사진 작품 15점을 선보이고 있다. 붉거나 푸른, 또 녹색의 알록달록한 색깔이 시선을 사로잡는 작품들은 멀리서 보면 언뜻 사진이 아닌 유화 작품 같으나, 이는 여러 장의 사진들로 만든 것이다.
한 작가는 “10년간 찍은 사진들 가운데 직관적으로 찍게된 사진들을 비슷한 유형별로 모아서 블렌딩(여러 사진들을 뒤섞어서 한데 합하는 작업) 한 작품들”이라며 “예를 들어 전체적으로 녹색을 띄는 작품의 경우 태화강 국가정원 대나무 숲 등에서 찍은 작품을 모은 것이고, 푸른 빛의 작품은 주로 바다에서 찍은 작품들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진의 최소 단위도 입자(픽셀) 즉 점이다. 그 점들이 모여 한 장의 이미지를 이룬다”며 “시간과 공간이 잘려진 한 장의 사진은 하나의 막(layer)이라 생각했고, 그 막(사진)들을 겹겹이 쌓는 중첩작업을 통해서 무채색에 가까운 추상이미지가 만들어졌다. 이어 압축과 팽창을 기술적으로 대입해 지금의 형태와 색들이 나타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한 작가는 전시의 주제를 ‘점 프로젝트(Atomus Project)’로 정한 이유로 “빅뱅이론처럼 작은 점이 압축과 팽창을 시작해 세상이 만들어졌다는 논리처럼 가장 작은 것이 가장 큰 세계와의 이음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울산 인구 1% 초상사진 전시 계획
특히 그의 이번 작품에는 한글 창제 569돌(2015년 기준)을 맞아 각 작품당 569점의 한글을 넣었다. 한글 글자수는 책 한 권 분량에 작업기간이 10년에 이른다. 그는 거주지인 울산 중구에 있는 외솔 최현배 기념관을 시작으로 여주 세종대왕릉, 한글학회 등을 둘러보며 문자를 차용한 사진 작품을 찍는데 힘써오고 있다.
한 작가는 문자와 한글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과 관련 “사진을 ‘언어 이전의 그 무엇’ 이라고 생각했고, 여기에서 점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며 “사진, 문자, 점(원자)들의 연관성은 모두 기본 단위들이 조합되어 조화로운 구조를 형성한다. 각각 다른 영역에 속해있는 것 같지만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고 미학적 관점에서 보면 구성의 원리와 질서, 순간성, 상징성 등 공통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한 작가는 대학에서 정보처리를 전공하며 평범한 직장생활을 했다. 그러면서 20대 중반에 사진을 취미로 시작했고, 이제는 사진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사진 작업과 함께 갤러리를 운영하며 기획일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작품수는 ‘Untitle’과 ‘점 프로젝트’라는 큰 타이틀로 50여점 가량 된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는 “‘애별리고(사랑하는 대상과 헤어지는 고통)’라는 제목을 붙인 한 장의 사진이 있다. 사진과 제가 처음으로 일체감을 느낀 작품”이라고 했다.
한 작가는 울산이 문화도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문화는 어디서든 꽃 피울수 있지만 시간이 함축되어야 한다”며 “산업과 문화가 합쳐져야 울산이 지향하는 문화도시로 나아가지 않을까 본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계획과 관련 “10여년 전에 마무리를 못했던 울산사람들 초상사진을 찍는 작업을 진행한 적이 있다”며 “당시 50명 정도 촬영해서 작게 전시를 했었는데 미련이 남았다. 울산 인구의 1%정도를 사진에 담고 전시하고픈 욕심이 있다”고 밝혔다.
한 작가는 개인전 3회에 2015년 후쿠오카 국제사진제 등 11회 단체전 참여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는 ‘Atomus Project’라는 작품집도 출간했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