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어업인 경영난 심화…장기방치 선박 늘어나
2025-03-10 김은정 기자
이번 사고로 약 2000만원의 보상금을 물어주게 된 선주 B씨는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매일 조업을 나가는 어선이 많은 어항에 체류 중인 선박이 늘어나 접안이 어렵고 공간이 없다 보니 서로 충돌할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지역 어민 김모씨는 “서로 조업을 다니면서 순환이 돼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니 입출항 시마다 정박 중인 배를 피해 다니느라 불편을 겪고 있다”며 “결국 부딪히게 되면 부딪힌 사람이 보상해야 하는데 피해 다니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9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역 어업인의 경영난이 심화하며 경매에 나온 선박들이 빠르게 거래되지 못해 어항에 오랜 시간 정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어업인들의 경영난은 최근 2~3년 사이 특히 심해졌다. 기후 위기 등으로 수온이 상승해 어획량이 절대적으로 감소함과 동시에 경기가 악화돼 수산물 소비 시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울산수협에 따르면 방어진 위판장에서 연간 처리되는 용가자미 위판량은 지난 2022년 3477t에서 지난해 2360t까지 줄었다. 이에 따라 총판매액도 2022년 143억1200만원에서 지난해 92억3800만원으로 감소했다.
울산수협 관계자는 “물량이 안 나오는 것에 비해 그물값, 인건비 등 비용이 오르니 현상 유지조차 하지 못하고 파산하는 어민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선박을 매각하면 손해를 봐 버티거나 결국 채무를 해결하지 못해 경매로 넘어가는 선박이 많다”고 말했다.
울산수협이 사용하는 법원경매정보 ‘옥션원’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울산 지역 선박 매각 건수는 총 4건에서 지난 2023년 10건, 지난해 7건으로 파악됐다. 지난 2023년의 경우 유찰만 3건이 발생했고, 지난해에는 매각가율이 31.12%까지 떨어졌다.
어업 자체의 경쟁력이 함께 떨어지다 보니 경매로 넘어간 이후에도 오랜 시간 거래되지 못한 선박이 어항에 장기 체류하는 일이 늘어나는 것이다.
울주군어업인연합회 관계자는 “작업하는 배는 계속 입출항을 해야 하는데, 경로에 선박이 장기 방치돼 있으면 불편하고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동구의 한 어촌계장은 “조업을 한 번 나가는 데에도 돈이 드는데, 정부 지원금을 받고 선박을 건조한 경우 등 매각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그냥 묶어만 놓은 선박도 많을 것”이라며 “이제 어업만으로는 생계 유지가 어려워 1~2년 내 선박을 매각하는 등 어업을 포기하는 어민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정기자 k2129173@ksilbo.co.kr